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7일(현지시간) 유엔(UN) 산하기구 31개와 비(非) 유엔기구 35개에서 미국이 탈퇴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다자 규범보다 자국의 실리를 앞세워 온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젠더 등 불리하다고 판단한 국제 의제에 대해 본격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팩트시트를 통해 "이들 기구 중 다수는 미국의 주권 및 경제적 역량과 충돌하는 급진적인 기후 정책, 글로벌 거버넌스, 그리고 이념적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백악관은 이들 기관이 "미국의 국익과 안보, 경제적 번영, 주권에 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모든 정부 부처·기관은 (해당 기구에) 참여 및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고도 밝혔다. 다만 탈퇴하는 기관·기구·위원회 이름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며, 자금 지원 축소 규모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들은 종종 미국의 정책을 비판하거나, 우리의 가치와 상반되는 의제를 추진하거나, 중요한 이슈를 다룬다면서도 실질적 결과를 내지 못해 납세자의 돈을 낭비했다"면서 "이런 기구들에서 탈퇴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납세자의 돈을 절약하고, 그 자원을 미국 우선 과제에 다시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행보는 작년 1월 출범 후 자국민과 자국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내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와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유네스코(UNESCO)에 대한 탈퇴를 결정했고, 파리기후변화협정과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탈퇴도 선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통상분야에서도 다자 규범보다 미국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최근 미 재무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정한 최저 법인세 제도를 미국 기업에 적용하지 않는 데 150개국이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다국적 기업들이 저율 과세를 좇아 '조세 회피처'를 찾는 행태를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미국은 '조세 주권'을 앞세워 자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면죄부를 줬다.
다만 이처럼 미 정부가 수십 개 기구·기관에서 일시에 탈퇴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보수 언론 뉴스맥스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진행된 다자 협력 후퇴 사례 중 가장 광범위한 조치"라고 짚었다.
전 세계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노력이 퇴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백악관은 구체적인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는 기구에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UNFCCC는 국제 기후 의제에 대응하기 위해 1992년 1998개국이 모여 출범했다. 이는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파리기후협정의 기초가 된 조약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가 "사기"라며 작년 1월20일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결정은 글로벌 외교와 리더십에서 미국이 뒤로 물러서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보여주는 신호이자 지구 온난화로 인한 막대한 피해에 시달리는 미국인 포함 수십억명의 사람들에게 정면으로 맞서는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유엔 산하기관을 비롯해 국제기구 전반의 경제적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유엔은 지난주 미국의 분담금 미납으로 인한 재정 위기로 인해 2026년 정규 예산을 전년도 대비 7%가량 삭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사무직원을 20% 이상 감축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수 성향 미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브렛 셰이퍼 선임연구원은 "유엔을 필두로 국제기구 전반에 대한 미국의 재정 지원·협력 방식이 재정립되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기후나 젠더 문제, 다른 우선순위 관련 미 정부의 국제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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