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해외 출장 시 1박에 222만원이 넘는 호화 호텔에 머무른 것으로 드러났다. '1박당 250달러(약 36만원)'인 규정을 6배 초과한 것이다. 농협중앙회의 방만한 경비집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의원회의에 참석한 조합장 전원에게 220만원 상당의 휴대폰(총 23억4600만원)을 지급하는가 하면 신임이사에게 지급된 업무용 태블릿PC를 농협 자산이 아닌 개인이 소유하도록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같은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결과를 8일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등을 계기로 농협 관련 비위 의혹이 반복 제기됨에 따라 지난해 11월24일~12월19일 4주간 총 26명(변호사 등 외부전문가 6명 포함)을 투입해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이번 특별감사는 농협중앙회·농협재단 두 곳에 감사장을 설치해 동시에 실시했고, 엄정하고 객관적인 감사를 위해 변호사·회계사 등 외부전문가 6명이 참여했다"며 "농식품부 직원과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 4개 공공기관 감사·검사업무 담당자 11명이 협력하는 등 총 26명을 투입해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감사를 통해 확인된 농협중앙회·농협재단의 비위는 총 67건에 달한다. 우선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 임직원 형사사건에 대한 변호사비 지급 의혹과 농협재단 임직원의 배임 의혹 등 법령 위반 정황이 있다고 판단한 2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증거확보와 사실관계에 대한 형사적 판단을 구하기 위해 지난 5일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앙회의 한 임직원은 개인적인 형사사건의 변호사비를 공금으로 지출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농협재단 건은 공금을 부적정한 곳에 사용하는 등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별감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65건은 크게 ▲내부통제 기구 구성 및 운영 부적정 ▲임직원에 대한 온정적·형식적 징계 ▲자금 및 경비 집행·관리 부적정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부적정 계약 ▲체계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못한 농협재단의 부적정한 운영 등이다.
감사결과 농협중앙회 이사회는 임원 추천을 위한 인사추천위원회를 농업인 단체 및 학계로부터 추천받아 구성해야 하지만, 농협중앙회(인사총무팀)에서 일부 농업인 단체 및 학계만을 대상으로 후보자를 추천받아 제한적 ·폐쇄적으로 구성·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2024년 제15차 이사회에서는 특별성과보수를 이사 1명이 즉석 안건으로 상정했고, 이 안건은 그대로 의결됐다. 지급사유·금액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부회장(전무이사)과 집행간부 등 11명에게 1400만~1600만원씩 총 1억57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농협중앙회는 임직원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눈을 감았다. 임직원 범죄행위는 고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2022년 이후 징계한 21건 중 6건은 범죄혐의가 있었지만 고발하지 않았다. 또 성희롱을 비롯한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는 여성을 포함하지 않은 내부 직원으로만 구성했고, 농협중앙회 인사총무팀에서 검토한 징계 수위를 100% 그대로 반영하는 등 형식적으로 운영했다.
강 회장은 해외 출장 시 호화 호텔에 머물렀다. 규정상 해외출장 숙박비는 1박에 250달러가 상한선이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감사결과 강 회장이 숙박비를 지불한 5차례의 해외출장 모두 숙박비 상한을 초과해 집행됐는데 적게는 1박당 50만원을, 많게는 186만원을 초과했다. 하루 숙박비로 최소 86만원에서 최대 222만원을 사용한 것이다. 초과 집행한 숙박비만 4000만원에 달한다.
농협중앙회장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도 공개하지 않았다. 회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개해야 한다. 김 차관은 "사실상 중앙회장이 업무추진비를 집행하고 있음에도 업무추진비 카드가 비서실에 배정돼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또 중앙회는 비상임 이사·감사와 또 조합감사위원에게 매월 300만~400만원의 정기적인 활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는데 추가로 매년 특별한 증빙 없이 두 차례씩 300만~400만원의 특별수당을 지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부정 계약도 다수 확인됐다. 물품구매와 용역, 공사 등의 계약은 일반경쟁입찰을 해야 하지만 퇴직자 단체가 출자한 특정 용역업체와 경비, 운전 등에 필요한 인력을 관행적으로 수의계약하고 있었다. 특히 농협 자회사는 해당 업체에 건물 일부를 무상 제공하고 있었다.
농식품부는 해당 65건에 대해 이달 중 사전처분통지를 발송해 이의신청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올해 3월께 최종 처분통지를 할 예정이다.
이번 감사에선 추가 확인이 필요한 38건의 감사사항도 도출됐다. 농협중앙회장은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데 농협중앙회에서 연간 3억9000만원의 실비·수당을, 농민신문사에서는 연간 3억원이 넘는 연봉과 퇴직금(약 4억2000만원)까지 수령하면서 퇴직 시 농협중앙회에서 퇴직공로금(약 3억2300만원)을 수령하고 있다. 외부감사 위원인 하승수 변호사는 "거액의 연봉을 농협중앙회와 농민신문사에서, 양쪽에서 수령하고 있고 거액의 퇴직공로금까지 받는 것이 과연 적법·적정한 것인지에 대해서 검토할 예정"이라며 "판례상 임원의 보수가 '하고 있는 업무'에 비해 현저하게 과다한 경우는 위법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앙회는 신임이사에는 태블릿PC를 지급하고 있는데 포상비로 구입해 개인 소유(농협 자산으로 등록 하지 않음)하도록 하고 있었다. 퇴임 시에는 퇴직금과 별도로 재직 중인 직원들이 모아 지급하는 전별금과 여행상품권, 기념품(순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2022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는 참석한 모든 조합장에게 휴대폰(220만원 상당·총액 23억4600만원)을 지급하는 등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었다.
농협중앙회의 방만하고 책임없는 경영과 폐쇄적인 내부통제 체계도 추가 감사 대상이다. 농협경제지주는 2024년 약 810억원의 당기순손실에도 불구하고 2025년 1월 상근 임원 특별성과보수를 지급했다. 내부통제 역할을 해야 할 준법감시인은 중앙회장이 내부인으로 임명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김 차관은 "농식품부는 앞서 언급한 농협중앙회 등에 대한 추가 감사와 회원조합에 대한 현장 특정감사를 보다 철저히 하고 강도 높게 추진하기 위해 국무조정실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합동감사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제기된 비위 의혹 등을 보다 철저히 감사하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해 농협이 새롭게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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