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후임을 결정하는 자민당 신임 총재 선거가 오는 10월 초 개최되는 가운데 누가 당선되든 '확대 재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국내 증권사 진단이 나왔다. 특히 적극적 재정 및 통화 완화정책을 선호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단기적으로 엔화 약세, 장기 국채금리 상승, 주가 강세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성우 DB증권 연구원은 11일 '자민당 총재 선거전 개막, 금융시장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현재 의회 구도상 어느 후보가 자민당 총재가 되든 재정 지출은 확장적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자민당의 경우 단독 과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원내 제1당을 차지하고 있어, 연정 교섭을 통해 신임 자민당 총재가 차기 총리가 될 전망이다.
박 연구원은 이번 선거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44)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64) 2파전 구도로 분석했다. 특히 선거 승리 시 자민당 최초의 여성 총재가 되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에 대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끌던 보수 민족주의 계파 소속으로 적극적 재정 및 통화 완화 정책(비둘기파)을 선호한다"고 소개하며 향후 정책 기조의 뚜렷한 변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라고 봤다.
그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금융시장은 일본 정부의 재정 및 통화 부양 확대라는 아베노믹스2.0 내러티브를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본 시장에서 엔화 약세, 장기 국채수익률(금리) 상승 및 주가강세라는 다카이치 트레이드 구도가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경쟁자이자 최연소 총리 타이틀을 노리는 고이즈미 농림상의 경우 뚜렷한 재정 및 통화정책 선호를 공개적으로 밝힌 적 없는 실용파로 분류된다. 폴리메이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일본 총리 확률 베팅에서 고이즈미 농림상이 56%로 다카이치 경제안보상(30%)을 앞서고 있다. 반면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는 다카이치 경제안보상(23%)이 고이즈미 농림상(22%)을 오차범위 내에서 소폭 앞섰다. 이밖에 하야시 요시마사(64) 관방장관, 모테기 도시미쓰(69) 전 간사장 등도 출마가 예상된다.

이번 보고서에서 박 연구원은 결국 누가 되든 확대 재정이 불가피하다변서 그 배경으로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여당이 중의원 참의원 모두 과반 의석을 상실한 현 의회 구도를 꼽았다.
그는 "국회 의결이 필요한 재정정책입법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연립 여당의 잠재적 정책 협상 파트너 정당이 될 수 있는 국민민주당과 일본유신회 등은 소비세율 인하 같은 확장 재정을 요구하고 있다. 여당은 소비세 인하에 소극적이었으나 정치적 생존을 위해 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일본은행(BOJ) 역시 이르면 10월 정책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박 연구원은 "중립금리 추정 범위 하단으로 인식되는 0.75~1.00% 부근까지 인상 후 관망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일본 시장에 정치적 불확실성, 재정 건전성 리스크가 반영되면서 제한적인 엔화 약세, 높은 장기금리 변동성 양상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한편 자민당 총재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달 4일 당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당우(자민당 후원 정치 단체 회원)를 대상으로 총재 선거를 실시하기로 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치른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