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주의 약진으로 S&P500과 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간 희비는 엇갈리면서 활기가 지속되진 못했다. 국내 증시도 연말까지 상승 방향성은 주효하겠지만 단기 차익실현 물량 출회 가능성도 남아있다.
10일(현지시간) S&P500 지수는 전날 대비 0.30% 오른 6532.04에 마감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0.03% 오른 2만1886.06에 장을 마쳤다. 반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48% 떨어진 4만4590.92로 거래를 마쳤다.
오라클이 역대급 실적 전망치를 선보였고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하락하며 온기가 돌았으나 애플, 아마존 등을 위주로 투심이 냉각됐다. '빅테크' 중에서도 희비가 갈리면서 시장 전체의 훈풍을 잠재웠다.
오라클은 전날 예상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시장은 수주잔고에 반응했다. 수주잔고가 455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9% 폭증한 것이다. 월가의 전망치 100% 성장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이에 오라클 주가는 하루 36% 급등했고, 시총도 6800억달러 규모에서 922억달러로 불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공동 창업자는 하루 만에 순자산 가치를 1000억달러 이상 늘리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에 등극했다.
8월 PPI가 예상치를 밑돈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8월 PPI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 대비 0.1% 떨어졌다. 시장 전망치 0.3% 상승을 완전히 뒤엎는 결과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도 0.1% 하락하며 예상치(0.3% 상승)와 반대 행보를 보였다.
다만 온기는 시장 전반으로 번지지 못했다. 빅테크 간 희비가 엇갈린 영향이다. 엔비디아(3.83%), 브로드컴(9.77%) 등은 급등했으나 애플(-3.23%), 아마존(-3.32%) 등은 하락했다. PPI 내 유통마진 급락(2.0% → -1.7%)도 기업 수익성 하락에 따른 3분기 실적 우려를 낳았다.
전날 코스피가 3300을 돌파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한국 증시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국내 증시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MSCI 한국 증시 상장지수펀드(ETF)는 2.31% 상승 마감했다. MSCI 신흥지수 ETF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각각 0.68%, 2.38% 올랐다.
미국 오라클 발 AI 호재와 국민성장펀드 증액, 세제개편안 기대감 등의 겹호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말까지 이 방향성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차익실현 매물 출회 가능성이 남아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동반 순매수 배경에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을 앞둔 점도 녹아있기 때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주주 양도세 관련 입장을 밝힐 때 구간 세분화(10~50억원), 기준 상향(50억원 이상)과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이미 시장에 노출된 재료 소멸로 차익실현 물량이 나올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