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13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초청으로 나라현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을 일본 특유의 환대 문화인 ‘오모테나시’로 환영했다.
한·일 미래지향적 협력의 길로 이재명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위해 13일 오사카 간사이공항에 도착해 김혜경 여사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오사카=남정탁 기자 청와대는 이날 다카이치 총리가 현지 숙소 앞에서 이 대통령을 직접 영접하며 극진히 환영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이처럼 밝히며 “이는 당초 예정돼 있던 호텔 측 영접에서 총리 영접으로 격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호텔 앞에서 영접 온 다카이치 총리와 만나 양손을 맞잡고 밝게 웃으며 인사한 뒤 “(다카이치 총리가) 격을 깨고 환영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일본 국민도 그렇겠지만 대한민국 국민들도 다카이치 총리의 이런 모습에 정말 감사할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앞서 정상회담 하루 전인 12일 나라현에 먼저 도착해 이 대통령과의 만남을 준비했다. 일본 현지 언론 등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른바 ‘오모테나시 외교’를 위해 공을 들였다는 평가를 내놨다. 총리가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먼저 개최지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라는 평가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만찬 메뉴 선정에도 각별한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손님을 성심성의껏 대접하는 오모테나시 문화로 유명하다. 이번에는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이자 10선을 한 지역구인 나라에서 정상회담이 열려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는 평가다. 상대국, 특히 한국 정상과 개인적·정치적 의미가 깊은 장소에서 만나는 것 자체가 신뢰와 환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나라현 회담장에서 열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서 자리 안내를 받고 있다. 뉴시스 일본 총리가 양자 외교를 위해 타국 정상을 자신의 ‘안방’에서 맞이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역대 일본 총리를 따져 봐도 자신의 고향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한 사례는 2016년 당시 아베 신조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야마구치현으로 초대해 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 등을 논의한 정도가 전부다. 다자 외교로 범위를 넓히면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2023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최지로 자신의 지역구이자 세계 최초의 피폭지인 히로시마를 택해 각국 정상들에게 원자폭탄에 의한 참상을 보여주고자 했던 사례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종 외국 정상들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이나 뉴욕 트럼프타워로 초대하는 데서 보듯 정상 외교에서 안방 초청은 친밀감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일본 나라현 회담장에서 열린 확대 회담에 앞서 마중 나온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번 ‘고향 셔틀외교’는 과거 상대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두 사람이 정상 자리에 오른 뒤에는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해 손을 맞잡으며 관계 개선과 신뢰 관계 구축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NHK방송에 “도쿄 이외의 지방, 특히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으로 초대해 허물없는 분위기에서 의견 교환을 하고, 개인적인 신뢰 관계를 공고히 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변방 사또’라고 칭하곤 했던 이 대통령, 남성 세습 정치인 중심의 일본 정치권에서 최초의 여성 총리에 오른 다카이치 총리가 자수성가한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을 내세우기에도 적합한 장소다. 이 대통령은 전날 NHK 인터뷰에서 “혹시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다카이치 총리를) 제 고향 안동으로 한번 초청하고 싶다”면서 고향 셔틀외교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나라시청은 ‘환영 이재명 대통령 나라시 방문’이라는 문구가 한글로 크게 적힌 가로 16m, 세로 1.4m 크기 현수막을 청사에 내걸고 이 대통령의 방일을 반겼다. 나라현청도 청사 정면과 인근 문화회관에 양국 언어로 ‘환영 한·일 정상회담’이라고 쓴 현수막을 설치하고, 전광판 등을 활용해 두 정상의 만남 소식을 알렸다.
13일 일본 나라현에서 경찰관들이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회담 장소 인근 도로 검문을 강화하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나라현은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이자, 지역구이다. AP통신 캡처 이 대통령이 나라를 찾는 모습을 보기 위해 회담장 주변에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나라시 거주 70대 남성은 “양국의 양호한 관계를 쌓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경비가 삼엄하지만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0대 여성도 “나라가 외교의 장으로 선정돼 좋다. 나라의 매력이 잘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라현경은 전국 각지 경찰관을 파견받아 수천명 규모의 경비본부를 구성하고 현경 본부장이 직접 엄중 경계태세를 지휘했다. 회담장 주변에서는 제복을 입은 경찰관과 경비견이 폭발물 탐지를 했고, 버스정류장 무정차 통과 등을 통해 안전을 확보했다. 헬기를 이용한 공중 경비 작전도 펼쳐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과 정상 간 환담, 만찬에 이어 14일에도 다카이치 총리와 정상 간 친교행사를 함께한다. 양 정상은 14일 함께 나라현의 사찰 호류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어 이 대통령은 간사이 지역 동포간담회를 마지막으로 1박2일간의 일본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다.
나라=박지원 기자, 도쿄=유태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