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외교 본궤도 올랐지만… 중·일 사이 실용외교 시험대 [한·일 정상회담]

글자 크기
셔틀외교 본궤도 올랐지만… 중·일 사이 실용외교 시험대 [한·일 정상회담]
다카이치 총리와 세 번째 만남 李 “한·일 교류·협력 어느때보다 중요” 양국이 처한 과제·공조 필요성 강조 靑, 정상간 유대 강화 목표 회담 준비 AI·스캠범죄 대응 등 공감대 재확인 과거사·CPTPP 등 테이블에 올라 美 ‘돈로주의’ 협력도 머리 맞댄 듯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 국빈 방문을 마친 지 엿새 만인 13일 일본 나라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공동으로 처한 과제와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며 ‘셔틀외교’ 성과를 내는 데 주력했다. 회담 테이블에는 과거사 문제 관련 의제까지 오르며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인 한·일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일 갈등 속 이 대통령은 한국이 깊이 개입할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양측에서 자국의 편을 들길 요구하는 상황이 지속할 경우 ‘실용외교’도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마주 앉은 양국 정상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오른쪽)가 13일 나라현 회담장에서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나라현을 방문한 이 대통령을 일본 특유의 환대 문화인 ‘오모테나시’로 환영했다. 나라=남정탁 기자 ◆한·일 ‘셔틀외교’ 정상 궤도 올라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으로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계기 양자회담,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약식회동에 이어 3개월여 만에 3번의 만남을 이어가게 됐다. 정상 간 잦은 소통을 통해 협력을 모색하자는 취지의 셔틀외교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다카이치 총리님의 고향에서 이렇게 뵙게 돼 정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정상회담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지역이 고대 한반도와 일본의 문화 교류의 중심이었던 것 같다”며 “한국과 일본의 교류와 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때이기 때문에 나라에서 이렇게 총리님과 제가 회담을 갖게 된 것은 정말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회담의 주요 목표로 ‘셔틀외교를 통한 양국 정상 간 유대와 신뢰 강화’와 ‘양국 실질 협력 관계 강화’뿐만 아니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협력 강화’도 올려놓고 회담을 준비해왔다. 이 대통령 역시 전날 NHK와의 인터뷰에서 “과거를 직시는 하되,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면서 서로 손잡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고 언급했다. 이날 회담은 인공지능(AI) 등 미래 분야와 ‘스캠’(사기) 등 초국가범죄 대응 등 민생에 직결된 분야의 협력 강화를 논의하고, 동시에 한·일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한 확고한 공감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북·일 관계 관련 논의와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도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일본과 북한과의 관계가 대화하고, 소통하고, 필요하면 수교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일본 나라현 회담장에서 열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확대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중·일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국면에서의 방일이란 점에서 앞으로 이 대통령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이 대통령의 방중 기간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일본을 겨냥한 수출통제 방침을 밝히면서 양국의 갈등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한쪽 편을 들기보다는 ‘줄타기 전략’을 통해 실리를 취하는 쪽을 택할 공산이 크지만, 실제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대통령은 전날 인터뷰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께서 대만 문제에 관한 일본 측의 입장에 대해 매우 안 좋은 생각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하다”며 “저로서야 그건 중국과 일본과의 문제이지 우리가 깊이 관여하거나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美 ‘돈로주의’에 협력 방안 논의 가능성

이번 회담은 ‘돈로주의’(서반구 장악에 집중하는 미국의 신고립주의) 행보를 강화 중인 미국을 두고 한·일이 협력 방안을 함께 고심하는 자리이기도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전통적인 한·미·일 협력 구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만큼 한·일이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최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을 통해 미국의 관심사가 북핵 및 한반도 안보로부터 한층 더 멀어졌음은 재차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말 경주에서 열린 에이펙 정상회의 때까지 수차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재회를 원한다는 신호를 보낸 바 있지만, 끝내 불발됐다. 이후 한·미가 핵 추진 잠수함 도입 협력을 발표하는 등 북한으로서는 민감한 안보 현안이 추진되면서 북·미 대화 재개는 보다 거리감이 생긴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연초부터 미국은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을 단행하는 등 서반구에서 중국, 러시아의 접근을 차단하는 신고립주의 행보를 본격화했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동아시아 정세에 계속 관여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러·우 전쟁이 아직 종식되지 않은 상태로 북·중·러 연대가 강화되는 조짐인 만큼 한국과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편으로는 미·중 경쟁이 심화하고 글로벌 경제 질서가 보호무역주의로 급격히 재편되는 지금 한·일이 전략적 경제연대를 통해 결속하고, 이를 외교안보적 안정성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강진·정지혜 기자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