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025년 대외 리스크 5대 부문에 대한 전문가 조사 결과.[사진=산업연구원]올해 경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무역장벽 확대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연구원(KIET)은 14일 '2026년 대외 리스크가 한국경제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경제, 지정학, 환경, 사회, 기술 등 5대 대외 리스크 중 '경제 리스크' 위험 수준이 가장 높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산업전문가 1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2년 내 발생 가능성과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기준으로 경제 리스크의 위험 수준이 가장 높다고 본 것이다.
특히 가장 최근 조사였던 2023년 조사 결과에 비해 5대 리스크 모두 위험 수준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뿐만 아니라 지정학, 기술 리스크 또한 위험도가 크게 확대됐다.
경제 리스크는 부정적 영향력과 발생 가능성 모두 3점 이상인 초고위험 구간으로 이동하며 2년 내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2년 전 저위험 구간에 속했던 지정학 리스크와 기술 리스크는 이번 조사에서 초고위험 구간으로 진입했다. 환경, 사회 리스크도 초고위험 구간을 유지했다.
세부 요인별 위험도 평가에서는 글로벌 통상 패러다임 변화가 2023년에 이어 1위를 기록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무역장벽 확대가 한국경제에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부리스크 위험도 상위 10대 리스크 중 9개가 경제 요인으로 나타났다. 환율 변동성, 글로벌 실물경기 부진, 물가 불안정 등이 2~4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또 금융시장 관련 리스크 순위가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지정학적 대립(5위), 유가 및 원자재 가격(6위)이 상위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공급망 위기(8위)가 10위권에 새롭게 진입하기도 했다. KIET는 미·중 갈등과 주요국 수출 규제 확대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리스크에 대한 정책 대응 수준은 경제 리스크가 가장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에 비해 정보 인프라·네트워크 오류에 대한 정책 대응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고 환율 변동성이 뒤를 이었다. 경제의 디지털화와 대외 의존도 확대 속도를 정책의 완충 능력이 따라가지 못하고 민간 리스크가 공공 리스크로 전이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개별 리스크로 살펴보면 사회결속력 약화 및 양극화, 글로벌 인구구조 변화, 부채위기 대응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원복 KIET 부연구위원 은 "사회결속력 약화 및 양극화는 2023년, 2025년 조사 모두에서 정책 대응이 가장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며 "경제충격의 반복에도 이를 흡수·완충할 사회적 장치가 여전히 부족한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KIET는 올해 단기적인 경기·금융 불안과 중장기적인 통상·경제 구조 변화가 동시에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물가, 환율,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응한 선제적·탄력적 거시경제 안정 정책과 함께 통상 전략 다변화, 공급망 안정화, 수출 구조 고도화 등 구조적 대응 전략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 글로벌 실물경기 부진, 대외 가격 불확실성, 공급망 불안 등은 전 업종 공통의 핵심 리스크로 짚으면서 범산업적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업종별로 전자통신기술(ICT) 업종은 기술·사이버 리스크, 기계 업종은 지정학·사회·환경 리스크의 복합 관리, 소재·신산업 업종은 환경 규제와 기후 대응에 중점에 둬야 한다고 내다봤다. 사회 리스크는 충격이 갈등으로 확산되는 속도를 완화하는 완충 정책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일부 핵심 리스크에서 정책 대응이 후퇴하며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며 "경제 리스크의 높은 연계성과 빠른 충격 전이를 감안할 때 개별 리스크 중심의 분절적 대응을 넘어 중심 리스크를 기준으로 정책 우선순위를 재정렬하고 통합적 대응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리스크 간 교차 연계가 강화되면서 단일 정책 수단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복합 리스크로 발전하고 있다"며 "정책 대응의 초점 역시 개별 관리에서 리스크의 연쇄 차단과 확산 억제로 전환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주경제=김성서 기자 biblekim@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