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협회가 포스코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인수를 통해 해운업에 진출한다는 최근 언론보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는 해운생태계를 파괴하는 처사로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을 11일 발표했다.
협회는 "철강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포스코에 HMM이 편입될 경우 자칫 해운 전문기업에 대한 투자보다는 주력 산업의 보조 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HMM은 94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수송 능력을 갖춘 반면 MSC와 머스크 같은 글로벌 초대형 선사는 각각 620만TEU와 440만TEU에 달해 이들과 경쟁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HMM이 '자가화물 운송업체'로 전락하면 우리나라 해운생태계가 파괴된다는 우려도 나왔다. 협회는 "모기업의 철광석 등 대량화물 운송을 시작으로 철강제품 수송까지 확대할 것이고, 이런 경우 국내 기존 선사들은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이라며 "포스코가 과거 거양해운을 운영하며 원료 및 제품을 수송했지만 결국 자가화물 운송업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상실해 한진해운에 매각됐다"고 했다.
포스코가 인수 배경으로 밝힌 '물류비 절감'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1980년대 이후 거양해운(제철원료)·호유해운·성운물산(원유)·동양상선(시멘트) 등 10여개 이상 대기업 해운 자회사의 실패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대형 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할 경우 운송비용 절감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해외에서도 세계 3대 철광석 수출 대기업인 브라질 발레사가 철광석 수출 호조에 힘입어 30여척에 달하는 초대형 벌크선을 발주하며 해운업에 진출했으나 최근 이들 선박을 매각해 사실상 해운업에서 철수했다"고 했다.
양창호 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협화와 포스코플로우는 2022년 4월 사실상 해운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불과 3년 만에 HMM을 통해 해운업 진출을 모색하는 것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포스코가 HMM을 인수하면 국내 해운산업의 근간이 와해하고 국민경제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며 이번 결정을 전면 철회해줄 것을 촉구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