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형 집단소송제 설계를 추진한다. 소비자단체나 공익단체가 피해자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하고,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피해자들만 손해배상을 받는 방식이 핵심이다. 별도의 소송 제외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모든 피해자에게 판결 효력이 미치는 미국식 집단소송(옵트아웃)은 소송 남발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이에 따라 보다 절제된 형태의 집단적 피해구제 모델, 즉 유럽식 집단소송제에 가까운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현행 단체소송 제도를 개선해 소비자들의 집단적인 손해배상 소송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비자단체 등 대표성을 갖춘 주체만 소송을 제기하도록 하면서도, 금전적 손해배상 청구를 가능하게 해 실질적인 피해 회복 수단으로 기능하도록 제도를 손보겠다는 구상이다.
현행 단체소송 제도는 실질적인 피해 구제 수단으로 기능하는 데 한계가 지적돼 왔다. 소비자기본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근거해 소비자단체나 공익단체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권리 침해 행위의 금지·중지를 구하는 데 그쳐 금전적 손해배상 청구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다수인 사건에서도 금전적 배상으로 이어지지 않다 보니 제도 활용도는 낮았다. 지난 10년간 제기된 단체소송은 10건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법원은 단체소송 제기 단계에서 공익성 등을 사전에 엄격히 심사해 왔고, 이로 인해 제도가 실제로 활용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행 법에는 손해 배상이 허용되지 않는 단체소송과 함께, 소송 참여자에만 판결 효력이 미치는 공동소송과 주가조작·허위공시 등에만 적용되는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만 도입돼 있다.

정부는 단체소송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금전적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되,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만 배상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는 소송 제외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한 모든 피해자에게 배상이 이뤄지는 미국식 집단소송제의 소송 남발 우려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다. 미국식 집단소송은 소비자 권익 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미국 내에서는 일부 로펌이 소송을 과도하게 유도하는 부작용도 지적돼 왔다. 정부는 또 단체소송 제기 전 법원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절차도 폐지해 제도 문턱을 낮출 방침이다.
한편 법무부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미국식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했으나 소송 남발 우려 등 반대 여론 때문에 실패했다. 법무부는 최근에도 미국식 집단소송제를 검토하고 있지만, 업계 반발과 입법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당장 제도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 안팎에서는 당분간 공정거래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추진 중인 단체소송 개정안이 정책의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회에는 현재 백혜련, 박주민, 차규근, 전용기, 이학영, 한창민, 김남근, 오기형 의원(법안 발의순) 등이 대표발의한 8개 법안이 제출돼 있다. 백혜련 안, 박주민 안, 전용기 안, 오기형 안은 미국식이며 이학영 안, 김남근 안은 유럽식으로 분류된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아는 만큼 돌려받는 '연말정산' OX 테스트 ▶ 하루 3분, 퀴즈 풀고 시사 만렙 달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