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됐다. 태양은 끊임없이 돌지만, 인간은 시간에 경계를 설계해 의미의 구획으로 만들어낸다. 그 경계를 통해 '지난해의 나'보다 조금은 달라지고 성장할 '새로운 나'를 기대한다. 과거에 갇히지 않기 위한 인간의 오래된 생존 기술이다.
경계는 인생사뿐 아니라 산업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산업의 정체성이나 범위는 고정되거나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계에 대한 끊임없는 재해석과 때로는 투쟁을 통해 전략적으로 만들어진다. 경계의 해체가 필요하기도 하다. 콘텐츠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연초부터 들려온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골든글로브 2관왕 소식은 명실상부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메인스트림에서 인정받은 이 작품의 성취를 넘어, K콘텐츠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경계' 전략들을 시사한다.
첫째, 이제 콘텐츠의 경쟁력은 얼마나 창의적으로 경계를 넘나드는가에 달려 있다. 케데헌은 애니메이션과 음악, 히어로물과 샤머니즘, 현대와 과거의 경계를 대담하게 오가면서 독특한 스토리와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 냈다. 지금까지의 콘텐츠 경계가 주로 특정 영역을 중심으로 한 배타적 선 긋기였다면, 이제 새로운 경계는 서로 다른 영역을 융합해서 범위를 넓히는 전략적 선 허물기에 가깝다.
둘째, 로컬과 글로벌의 경계를 정서적 공감으로 허물 필요가 있다. 지친 하루, 소파 아래 바닥에 앉아 먹는 김밥과 라면이라는 독특한 한국적 맥락을 글로벌 이용자도 공감할 수 있게 한 것이 케데헌에 전 세계가 열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글로벌 이용자가 K콘텐츠에 담긴 고유한 정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세심한 번역·편집·연출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셋째, 콘텐츠 지식재산권(IP)에 대한 관점을 단순한 법적 권리를 넘어, 이용자·팬덤과의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확장해야 한다. IP의 힘은 이용자들이 다양한 형태로 콘텐츠의 세계관을 즐기고 참여할 수 있을 때 발현된다. 케데헌이 일회성 흥행에 그치지 않고 팬들에 의해 재생산되고, 굿즈, 공연, 테마파크 등 2차, 3차 사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은 그 확장된 경계가 수익으로 직결되는 것을 잘 보여준다. 활용되지 못하는 IP는 큰 의미가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6년 콘텐츠 산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경계 감수성'을 제시했다. '서로 다른 영역이 맞닿아 있는 경계에서 차이를 감지하고, 그 차이를 창의적·전략적으로 활용하거나 융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전통의 본질을 현대적 감각으로 번역하는 능력, 로컬의 정체성과 글로벌 문법을 종합하는 능력, 인간과 인공지능(AI)의 공존 속에서 창작의 가치와 책임의 본질을 찾는 능력, 콘텐츠 창제작에 있어 2026년 가장 중요한 경계 감수성의 영역이다.
흔히, K콘텐츠의 성공비결을 '혼종성'에서 찾는다. 서로 다른 요소를 조합해서 새로운 맛을 만드는 '비빔밥'에 비유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영역을 단순히 섞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감각, 그 과정에 균형을 잃지 않는 세심함이 K콘텐츠의 경쟁력이자 글로벌 주류로 도약하는 넥스트K의 원동력으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경계에는 주의 깊게 살핀다는 또 다른 의미도 담겨 있다. 시간, 공간, 기술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지켜야 할 것들을 세심히 살피는 경계 감수성이야말로, 익숙하면서도 독특한 새로움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얻는 K콘텐츠의 진정한 힘이 될 것이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장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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