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인기를 얻고 있다. 품절 대란 속에 이를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들은 몇 시간이라도 줄 서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헌혈 오픈런'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대한적십자사가 두쫀쿠 증정 이벤트를 열자 헌혈의집이 이른 아침부터 헌혈하려는 청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디저트 전문점과 베이커리는 물론, 초밥집·냉면집 등 기존에 디저트를 취급하지 않던 식당들까지 판매에 나서는 모습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두쫀쿠가 들어있던 '빈 종이봉투'를 500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등장하기도 했다. 해당 판매 글 작성자는 제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을 이용해 "두쫀쿠 냄새가 날 수 있다"며 사용했던 종이봉투를 상품으로 내걸었다. 인기에 편승해 '가짜 두쫀쿠'도 나타났다.
외신도 이 같은 현상을 주목했다. 영국 BBC는 최근 "두바이 초콜릿에서 영감을 받은 디저트가 한국을 폭풍처럼 강타했다"며 두쫀쿠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번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백 개의 두쫀쿠가 몇 분 만에 다 팔리고,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 등 주요 재료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두쫀쿠를 파는 가게와 재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지도가 나왔고, "일부 매장에선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BBC가 주목한 한국의 이상 현상은 또 있다. 바로 '영포티'(young forty)다. 영포티는 당초 유행에 민감한 중년 라이프스타일을 뜻하는 긍정적 용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 등에서 부정적인 방식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스트리트 패션을 차려입고 아이폰을 손에 쥔 중년 남성의 모습'이 영포티에 대한 묘사다. 과거 '꼰대'가 권위적인 기성세대를 비하하는 표현이었다면, 이제는 영포티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여성에게 추파를 던지는 중년 남성을 비꼬는 '스윗 영포티'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고 BBC는 짚었다.
두 현상의 공통점을 보면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청년층이 사회에 갖는 부정적 인식과 맥락이 닿아 있다.
두쫀쿠는 최근 트렌드 키워드로 꼽히는 '경험 사치'와 관련이 있다. 경기 불황 속에서 비교적 적은 돈으로 심리적 만족을 얻는 청년들의 '작은 사치' 트렌드가 두쫀쿠의 인기 요인이라는 점에서다. 차나 집처럼 너무 비싼 건 구매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희소가치가 있으면서도 유행에 참여할 수 있는 '나에게 주는 작은 사치'로서 두쫀쿠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영포티 밈이 유행한 배경으로는 한국 사회 특유의 엄격한 '나이 위계'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감이 꼽힌다. BBC는 "영포티는 한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나이 든 사람들에 대한 거의 강요된 존경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꼰대'가 권위적인 기성세대를 비하하는 표현이었다면, 이제는 영포티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유행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겠지만 그 저변에 경기 불황과 청년 실업, 세대 간의 갈등이 깊게 깔려 있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30대 '쉬었음' 인구가 30만명을 돌파하며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고,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6%대로 오르며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외신 보도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트렌드가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점이 반가운 게 아니라 오히려 씁쓸함을 느끼게 하는 이유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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