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유머로 北수용소 실태 담은 탈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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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유머로 北수용소 실태 담은 탈북작가
장진성 장편소설 ‘캠프 15’ 출간 생존자 등 28명 인터뷰 뒤 집필
“사람의 손들이 얼마나 부서졌으면/ 돌인데도 둥글다고 다 같이 말을 하냐.”

함경남도 요덕군에 위치해 ‘요덕수용소’로 불린 정치범수용소 ‘제15호 관리소’ 수용자들에게 북한 명절인 태양절을 맞아 충성심을 노래하는 자작시를 발표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이에 유명 만담 배우였던 수용자가 나서 이 같은 시 ‘요덕의 돌은 둥글다’를 읊는다. 반복되는 작업 때문에 워낙 여러 차례 옮기다 보니 아예 돌이 둥글어졌다는 말로 이곳 수감생활의 고통을 보여준다.

탈북작가 장진성(54·사진)이 펴낸 요덕수용소 실태와 수용자들의 괴로움을 담아낸 장편소설 ‘캠프 15’(전 2권·영우드)의 한 장면이다. 소설은 탈북했다가 붙잡혀 간첩 혐의로 수용된 열여섯살 소년 성진과 그가 속한 3급 관리소 구읍리 2작업반 9분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어린 성진은 같은 9분조의 선배 수용자들과 가까워지며 “반드시 살아서 나가자”고 함께 생존 의지를 다진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생존은 하루하루가 고비이고 동료들은 하나둘씩 세상을 떠난다.

작가는 요덕수용소에 수용됐다가 풀려난 생존자, 수용자 관리를 맡는 보위원 총 28명을 만나 인터뷰한 끝에 이야기를 구성했다. 실존인물을 연상시키는 이들을 등장시켜 사실감을 높였다는 평. 수용소를 다룬 대부분의 작품이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인 것과 달리 이 소설은 끊임없이 유머와 해학이 등장한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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