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음악, 삶의 경험은 그의 내면을 재배치하고 다시 프로그래밍하는 원천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반드시 시각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소음이 가득한 현실 속에서, 자신만의 언어와 태도로 작품을 만들어가는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제프 맥페트리지와 댄 코버트 감독 [사진=© Andrew Paynter] 디지털보다 아날로그적 작업을 즐겨 사용하는 이유는 뭔가
-아날로그 방식은 제 생각의 속도와 똑같이 움직인다. 그런데 디지털 도구는 다른 속도로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로봇이나 자동화된 디지털 도구들을 보면 그것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일하려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아주, 아주 빠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빠르게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컴퓨터로 작업할 때 나오는 결과물에는 얕은 사고의 느낌이 묻어난다. 디지털은 엄청 유용하고 사실 필수적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제 작업을 만드는 방식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그림 속 ‘움직임 없는 순간’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멈춤의 미학과 연결되나
- 작품에서 그런 것을 보셨다니 기쁘다. 저는 매력적이지만 조용해 보이는 작업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수십 년 전, ‘사람을 울게 할 수 있는 로고’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좋은 도전이라고 여겼다. 실제로 그렇게 해보진 않았지만 분명 저에게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다.
당신에게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 저는 전형적인 ‘예술가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제 삶은 전형적이지는 않다. 어떤 이들에게는 제 삶이 매우 예술적이고, 다른 이들에게는 아주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제가 확실히 아는 건, 제 삶은 전적으로 제가 감당할 수 있고 편안하게 느끼는 인생이라는 것이다. 제 관심사,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전적으로 제 창조물이라고 볼 수 있고, 그건 늘 변하지만 동시에 같은 가치관을 따르고 있다. 저는 성실함, 진정성, 그리고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제프 맥페트리지의 그림은 늘 ‘과장되지 않은 일상성’을 담고 있다. 지키고 싶은 삶의 태도가 있나
-관점. 자기 인식. 겸손. 행복이다.
긴 시간 꾸준히 작업하면서도 지치지 않게 하는 내부의 리듬은 무엇인가.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기 위한 방법이 궁금하다
- 듣지 않는 힘이다.
예술가로서, 제프 맥페트리지는 성공보다 더 중요한 건 뭔가. 꿈이 궁금하다
- 영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만 한 시간이 넘는다. 제 동력이 정확히 어디에서 오는지는 잘 모르겠다(하하).
앞으로 꼭 시도해보고 싶은 매체나 프로젝트가 있나
- 최근에는 오일 페인팅 작업을 하고 있다. 작은 오일 페인팅들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시간은 정말 멋진 경험이 되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예술을 잘 못한다는 생각에 시작을 망설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 그런 종류의 자기 의심은 완전히 자연스러운 것이며 과정의 일부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 사실 많은 예술가들이 마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머릿속의 그런 생각들과 함께 일할 줄도 알아야 한다. 명상을 하듯이, 마음을 억누르기보다는 소음을 끌어안듯이 말이다. 예술을 할 만한 조용한 방을 기다리지 말고 소음이 가득한 현실에서 예술을 만들었으면 한다.
아주경제=김호이 객원기자 coby1@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