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전용 59㎡가 ‘국민평형’이라 불리던 84㎡를 제치고 청약 경쟁률 1위 자리를 굳혔다.
1·2인 가구 증가, 분양가 상승, 대출 규제 강화 등 복합 요인이 맞물리면서 소형 평형에 대한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소형 평형 선호 현상이 단기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의 결과다. 게티이미지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단기간에 꺾이지 않고 장기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59㎡, 청약 경쟁률 3배 이상 앞서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전용 59㎡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9.2대 1로 집계됐다.
84㎡의 평균 경쟁률 5.5대 1을 세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수도권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져 59㎡ 경쟁률이 84㎡보다 약 6배 높았다.
이 같은 흐름은 2022년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59㎡ 경쟁률(9.0대 1)이 84㎡(5.9대 1)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이후 격차는 해마다 확대됐다. 올해 들어서는 전국과 수도권 기준 각각 3.5배, 5.9배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고”
소형 평형 선호의 핵심 배경은 1·2인 가구 증가다. 서울 인구는 2015년 1002만명에서 지난달 기준 932만여 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가구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가구 규모가 작아지면서 59㎡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증가했다.
공급은 줄었다. 수도권 기준 59㎡ 공급량은 2020년 7월까지 8934가구였지만 올해 같은 기간 3319가구에 그쳤다. 약 40%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84㎡는 20% 남짓 줄어드는 데 그쳐 공급 격차가 확대됐다. 수요가 몰리는 가운데 공급 부족이 겹치면서 청약 경쟁률은 더 치솟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치솟는 분양가, 소형으로 쏠림 ‘가속’
분양가 상승도 소형 아파트의 인기를 끌어올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당 분양가는 2007만원으로, 사상 처음 2000만원을 넘어섰다.
이를 적용하면 전용 84㎡ 분양가는 17억원에 육박하지만, 59㎡는 12억 원대에서 청약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장벽이 소형 선호를 부추긴 셈이다.
지난 6월 시행된 ‘6·27 대출 규제’도 영향을 미쳤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고, 갭투자도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중대형 평형보다는 소형 위주로 수요가 쏠리고 있다.
이제 59㎡는 더 이상 ‘작은 평형’이 아닌 청약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게티이미지 주요 건설사들의 상품 전략도 소형 열풍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과거 단순 평면 위주였던 소형 아파트에도 드레스룸, 팬트리, 알파룸 등 특화 공간이 적용되면서 ‘작아도 불편하지 않은 집’으로 변신한 것이다.
공간 활용도를 높인 설계가 실거주 수요는 물론 투자 수요까지 흡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소형 아파트, 구조적 강세 지속…청약시장의 대세 전환”
전문가들은 이번 소형 평형 선호 현상이 단기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의 결과라고 진단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59㎡ 아파트의 인기는 단순히 분양가 부담을 덜기 위한 선택을 넘어 1~2인 가구 증가, 대출 규제 강화, 공급 부족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구조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형은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틈새 상품’으로서 가치가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도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제 59㎡는 더 이상 ‘작은 평형’이 아니라 청약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분양가 상승과 금융 규제가 계속되는 한 소형 아파트의 인기는 꺾이기 어려워 보인다.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희소성이 커지고, 상품성이 강화되는 만큼 소형 평형은 향후 주택 시장에서 더욱 전략적인 자산으로 평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