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진화 이끈 ‘경이로운 자원’… 나무, 세상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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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진화 이끈 ‘경이로운 자원’… 나무, 세상을 바꾸다
나무의 시대/ 롤랜드 에노스/ 김수진 옮김/ 더숲/ 3만2000원

고고학자들은 흔히 고대사를 석기·청동기·철기로 구분하지만, 롤랜드 에노스는 이 시기의 기술 발전은 모두 나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말한다. 초기 인류는 돌도끼나 창날을 나뭇가지로 만든 자루에 붙여 사용했다. 청동기 시대의 금속 도구는 판재로 만든 배나 바퀴처럼 나무의 활용을 극대화했다. 철을 제련하려면 숯이 필요했는데, 그 숯 역시 나무에서 얻은 것이었다.

영국 헐 대학교 생물학과 객원교수인 에노스는 ‘나무의 시대’에서 최근까지도 인류에게 가장 유용한 자원은 나무였다고 강조한다. 구조적으로 나무는 경이로운 물질이다. 무게 대비 강철만큼 단단하고 질기면서도 쪼개거나 깎아내기 쉽다. 선사시대 초기 형태의 집, 쟁기, 수레바퀴, 배 모두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변형이 쉬운 재료인 나무로 만들어졌다. 만약 인류의 조상에게 몸을 데우고, 음식을 조리하고, 포식자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한 땔나무가 없었다면 현생 인류의 삶의 모습으로 진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롤랜드 에노스/김수진 옮김/더숲/3만2000원 나무는 또 전 세계적으로 장대한 문명의 기반이 됐다. 서기 600년경 세워진 일본 호류지 5층탑은 대형 지진에도 견고하게 버텼고, 유럽에서는 목재를 변형해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만들었으며 책과 신문을 만들 종이를 나무에서 얻었다. 영국은 목조선으로 제국을 건설했다. 목재로 만든 무기의 발전은 인류를 최상위 포식자로 만들었고, 수많은 동물 종의 멸종을 초래하기도 했다. 빛에 따르는 그림자다.

저자는 현대 사회가 나무와 맺고 있는 위태로운 관계를 돌아본다. 오늘날 전 세계 육지의 약 31%만이 숲으로 덮여 있는데, 이는 6000년 전의 43%에서 매우 감소한 수치다. 콩고와 아마존 열대우림을 중심으로, 산림 파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저자는 인류가 자원을 지나치게 소비하고 에너지를 낭비하는 삶에 익숙해지면서, 단순하지만 기쁨을 주는 자연과 그 혜택에서 멀어졌다고 본다. 생물다양성이 파괴되고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는 상황. 변화의 첫걸음은 “나무와 산림, 그로부터 생산되는 목재와 우리 사이의 어긋나버린 관계를 바로잡는 일”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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