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연이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파72)에서 열린 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힘차게 티샷하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2년을 지나 재현된 이다연과 이민지(호주·세계랭킹 4위)의 양보 없는 연장 접전, 이번에도 이다연이 웃었다.
이다연은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파72)에서 마무리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에서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이민지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라 연장 혈투 끝에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그야말로 접전이었다. 이번 대회 1라운드 선두로 출발했던 이다연과 후원사 주최 대회를 맞아 한국 갤러리를 찾아온 이민지는 마지막 4라운드까지 유현조·박혜준과 꾸준히 우승 경쟁을 펼쳤다.
막바지를 향해가며 유현조와 박혜준이 뒤처진 가운데, 이다연과 이민지가 혈투를 벌였다. 이민지가 먼저 9언더파로 정규 라운드를 마친 상황, 이다연이 최종 18번 홀(파4)에서 우승을 위한 버디 한방을 노렸다. 그러나 아쉽게 퍼트가 빗나가며 둘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연장으로 향했다.
모두가 2년 전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을 떠올렸다. 이다연과 이민지는 당시 대회에서도 패티 타와타나킷(태국)과 함께 4라운드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3차 연장까지 가는 피말리는 승부를 수놓았고, 그 끝에서 마지막 9m 버디 퍼트를 떨군 이다연이 웃은 바 있다.
이민지가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파72)에서 열린 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그린을 살피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이번에도 이다연이 승자로 거듭났다. 또 한 번 드라마틱하게 꾸며진 승부였다. 1차 연장에서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이어진 2차 연장. 이다연의 버디 퍼트가 거짓말처럼 홀을 외면하면서 탄식이 쏟아졌다.
이는 곧 이다연의 환호로 바뀌었다. 파 세이브를 노린 이민지의 1m 남짓 퍼트가 홀을 빗겨갔기 때문. 초조한 마음으로 경쟁자를 지켜보던 이다연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이민지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2년 전 빨간 하의를 입고 우승 영광을 품었던 그는, 이번에도 새빨간 치마와 함께 똑같은 장면을 연출해내며 동료들의 시원한 물세례를 맞는 데 성공했다.
이다연의 KLPGA 투어 통산 9번째 우승이자 2023년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이후 2년 만의 우승이다. 톱10 피니시 3회를 기록하는 데 그쳤던 지난 시즌의 부진을 훌훌 털어내는 감격의 트로피 획득이다.
또한 2년 전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과 2019년 한국여자오픈, 이번 대회를 합쳐 베어즈베스트 청라에서만 3승을 거두며 코스와의 특별한 인연도 이어간다. 우승 상금 2억7000만원을 챙기며 시즌 상금을 6억9280만원으로 불려 이 부문 7위에 올라 톱10 진입에도 성공하는 경사가 이어졌다.
이민지는 우승 문턱에서 또 무너지는 아픔을 겪었다. 올해로 6번째 하나금융 챔피언십을 치른 가운데 벌써 3번째 준우승이다. 2021년 송가은과의 연장에서 패했고, 2023년과 올해 이다연에게만 두 번 무릎 꿇었다. 지난해에도 3위에 그치는 등 좀처럼 우승과 연을 맺지 못하는 중이다.
한편, 7월 롯데오픈 우승 이후 시즌 다승을 노린 박혜준은 4라운드 뒷심 부족과 함께 유현조와 공동 3위(6언더파 282타)로 대회를 마쳤다. 나란히 시즌 4승을 노렸던 다승왕 경쟁자 이예원과 방신실은 각각 공동 14위(2오버파 290타), 공동 24위(4오버파 292타)로 아쉬움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