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책에도… 강동·마포 아파트 1년 새 6억 뛰었다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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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대책에도… 강동·마포 아파트 1년 새 6억 뛰었다 [부동산+]
비규제 한강 벨트 신고가 속출… 매수심리 석 달 새 두 배 반등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아파트값이 6·27 대책 이후 다시 꿈틀대고 있다. 강남 3구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강동·마포·광진·성동구 등 이른바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동구 고덕동의 대단지 아파트 ‘고덕그라시움’ 전용 84㎡는 지난 19일 25억4000만 원에 거래됐다. 작년 9월 같은 면적이 18억9000만 원에 손바뀐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6억5000만 원이 오른 셈이다.

광진구 광장동 ‘현대3단지’ 전용 84㎡도 19억2500만 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찍었다. 불과 1년 전 14억 원대였던 시세가 5억 원 가까이 뛰었다.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30일 27억5000만 원에 거래되며 2024년 7월 21억 원대에서 6억 원 이상 상승했다. 성동구 옥수동 한강변 아파트 ‘옥수하이츠’ 전용 114㎡ 역시 지난달 34억7500만 원에 거래돼 1년 새 7억 원 가까이 올랐다.

서울시는 6·27 대책을 통해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하며 투기 수요를 차단했지만, 그 외 선호 지역의 가격은 오히려 들썩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규제지역 추가 지정 카드가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6월 중순 2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9월 들어 60선을 넘어섰다. 9월 15일 기준 지수는 67.0으로, 불과 석 달 새 두 배 이상 뛴 수치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에 가까울수록 매수세가 강하다는 뜻으로, 시장 심리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장 분위기도 달라졌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3구가 묶이면서 비규제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급매물은 이미 소진됐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 중개업자도 “올해 초엔 전화 한 통 없었는데 최근엔 ‘살 수 있냐’는 문의가 꾸준하다”며 “전세보다 매매로 가겠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집주인과 매수인 간 갈등도 불거진다. 최근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배액배상 경험담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전용 84㎡ 아파트를 25억 원에 가계약했는데 일주일도 안 돼 3억 원 넘게 올랐다”며 “가계약금 2500만 원을 돌려주면서 6000만 원을 배상했다”고 적었다. 그는 “매수인에게 너무 미안했지만 시세 차이가 커져 어쩔 수 없었다”며 “배액배상은 처음이라 매수인 보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도 최근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성동·마포구 단지에서 100일 이내 신고가가 잇따라 갱신되고 있다”며 “만약 토지거래허가제가 추가 지정된다면 거래가 위축되고 강남3구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거래량은 줄더라도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호가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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