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신용평가는 1일 석유화학 업황 부진, 공급과잉 구조로 인해 석유화학기업들의 신용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각사별 자구책은 물론 산업재편 구조조정 움직임까지 확인되고 있으나,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지형삼 나신평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석유화학 - 장기불황으로 구조조정과 디레버리징 부담 확대' 보고서에서 "석유화학 산업의 수익성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 연구원은 "2025년 중에도 중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신규 설비 증설이 진행되고 있는 점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회복 지연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스프레드의 추가적인 개선 여지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저조한 영업 현금창출력이 장기간 지속되며 산업 전반의 채무부담도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 6월 말을 기준으로 한 주요 석유화학회사 합산 순차입금/ EBITDA 배율은 12.7배로, 2021년 말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지 연구원은 석유화학기업 신용도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역내 시장 증설 부담,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및 석유화학산업 자급률 상승, 사업 재편 부담, 유가 변동성 확대 등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증설 및 중국의 자급률 상승 영향은 장기적으로, 거시경제 환경 저하 및 사업재편 부담 확대 영향은 중기적으로, 유가 영향은 단기적으로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사업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봤다.
그는 "최근 주요 석유화학사들은 투자계획을 취소 또는 이연하거나 비핵심사업부를 매각하는 등 자금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완화된 CAPEX 소요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사업실적으로 인해 운전자본, 확대된 이자비용 등을 자체 현금 창출 능력으로 대응하지 못하며 재무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라며 석유화학기업들의 신용위험 상승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 연구원은 LG화학의 워터 솔루션스 사업 매각, 롯데케미칼의 롯데케미칼 루이지아나 지분 40% 매각, 효성화학의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등 최근 주요 기업들이 자구책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으나, 부진한 업황 등으로 인해 채무상환능력이 유의미하게 개선되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그는 관련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서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PRS(Price Return Swap, 주가수익스왑)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으나, 해당 계약의 높은 이자율을 감안 시 현금흐름상 부담 요인이 내재돼 있다. 중단기적으로 업황 회복이 불투명한 가운데, 만기시점에 매각 대상 지분의 최종 인수자 확보 및 매각가 협상에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일단지 내 설비 통합을 중심으로 한 산업재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주목했다. 지 연구원은 "대산 석유화학단지의경우 LG, 한화, 롯데, HD현대 등 석유화학 사업의 비중이 높은 주요 그룹들이 모두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설비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여수, 울산 등 타 석유화학단지의 통합 추진에 있어 의미 있는 선례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역시 국내 주요 NCC기업 10개사와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연말까지 최대 370만t 규모에 달하는 설비감축 계획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이는 국내 전체 NCC설비의 약 25% 상당이다. 이에 따라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지 연구원은 단지 내 여러 기업 설비 간 복잡한 연계, 협상 진행 등의 어려움이 있는 만큼 "구조조정 효과가 실제 사업적, 재무적 효과로 발현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주요 기업별로는 LG화학(AA+/부정적)에 대해 "최근 비핵심자산 매각 및 투자계획 조정을 진행 중이나, 영업현금흐름을 초과하는 투자 소요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차입금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신용도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화토탈에너지스(AA-/부정적, A1)의 경우, 영업현금창출력 개선폭이 제한됨에 따라 차입금상환능력 개선에도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또한 중기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제품 개발 등 주요 투자 계획 재추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관련 자금 소요 발생 시 차입부담이 재차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지오센트릭(AA-/ 부정적, A1)에 대해서는 "대규모 신규투자 계획은 없는 가운데, 비핵심자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사업 재편 계획의 진행 경과에 따라 재무부담 경감 가능성이 존재하나, 채무상환능력의 유의미한 회복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화솔루션(AA-/ 부정적, A1)과 관련해서는 "하반기 이후 태양광 모듈의 원재료 및 반제품에 대한 관세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OBBBA 법안 시행 또한 태양광 발전 산업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밖에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효성화학(BBB/ 부정적, A3)에 대해서는 최근 유동성 확충에도 불구하고 잔여 차입금이 1조원을 초과하는 과도한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