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일개 국민국가(national state)가 아니라 거대한 문명(civilization)이다. 중화주의도 천하를 논하는 사상이다. 하지만 중국공산당은 내셔널스테이트적 관점, 한족 중심에 매몰돼 문명적 시각이 결여됐다. 영구집권이라는 강박 관념에 문명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
중국은 ‘나라’가 아닌 ‘문명’이라는 것이 저자 지론이다. 중국은 중화민국이 정권을 옮긴 대만이나 홍콩, 마카오를 포함하면 34개 성급 행정기관(성·자치구·직할시·특별행정구)으로 구성돼 있다. 34개 단위는 각각 국가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규모와 각자의 색깔이 있다. 유럽연합(EU)과 비교한 34개 성·시·구 대(對) 27개국, 인구 14억1000만명 대 4억5000만명, 면적 960만㎢ 대 400만㎢의 스케일이다. 유럽 문명처럼 중국도 문명 자체라는 주장에 일리가 있는 것이다.
유광종/ 책밭/ 1만7000원 저자는 이 책에서 소위 G2(미국과 중국)로 성장한 중국의 문명성이 중국공산당의 통치체제에서 허약화한 현실을 파헤쳤다. 한자의 뜻과 유래, 고사(古事), 문화·습속 등 과거로부터 전해오는 역사와 전통이 씨실이라면, 일당독재, 부정부패, 빈부격차, 경제위기 등 생생한 현실이 보여주는 작금의 정치·외교·경제·사회상(像)이 날실이다. 예를 들어 과거 평(平)은 화평(和平)처럼 조화나 평안과 연결됐으나, 지금은 당평(?坪:드러눕다)처럼 취직을 완전히 포기하고 가난하더라도 편안하게 살 방도만 찾는 중국 젊은층의 현실과 연결된다. 성(城), 벽(壁), 관(關), 문(門)이라는 글자를 통해 그 내외를 구분하는 경계의식, 심리상태를 분석한 것은 현대 중국의 정책과 중국인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김언종 한국고전번역원장이 방송에 나와 저자에 대해 “중국에 대해서 가장 깊은 이해를 가진 분 가운데 한 분”이라고 평가한 이유가 있는 듯하다.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공부한 저자는 홍콩에서 중국고대문자학을 연구하고 대만 타이베이, 중국 베이징 특파원을 역임했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