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와인을…4가지 와인으로 승부하는 갈기산포엠와이너리 [이복진의 술래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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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가 와인을…4가지 와인으로 승부하는 갈기산포엠와이너리 [이복진의 술래잡기]
충북 영동에 있는 갈기산포엠와이너리(갈기산포도농원)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3대가 와인을 빚고 있는 양조장이다. 우리나라 전통주가 주식인 쌀로 빚은 막걸리와 양·청주, 소주인 점을 감안하면, 친숙하지 않은 과실인 포도로 3대에 걸쳐 술로 빚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물론 한국 포도인 ‘머루’로 와인을 빚을 순 있다. (와인이라기보다는 ‘머루주’에 가깝지만) 하지만 미국 품종인 델라웨어를 개량한 ‘킹델라웨어’를 주력 원료로 와인을 빚는 곳은 흔치 않다. 거기에 한때 품귀 현상을 빚었던 ‘샤인머스캣’으로 증류주를 만든다면 더욱더 눈길을 끌 수밖에 없는 상황. 더불어 비건으로 와인을 빚고 있기까지 한다면.

흔하지 않은 길, 아무도 가지 않을 길을 한국에서 가려고 하는 갈기산포엠와이너리의 한지연 대표는 “다른 와이너리에 비해 우리 와이너리는 와인 종류가 4가지밖에 없고 이왕이면 각자 다른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고 싶었다”며 “특히 소비자가 접하기 쉬운 와인보다 특별(유니크)한 와인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방송인 김민아(첫째 줄 가운데)와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교수(둘째 줄 왼쪽), 갈기산포엠와이너리 관계자들이 와이너리 탐방을 끝낸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갈기산포엠와이너리 제공 1990년 포도농원으로 설립된 갈기산포엠와이너리는 킹델라웨어를 비롯해 나이아가라, 청수, 산머루를 이용해 ‘포엠(Four M)’ 4종의 와인을 빚고 있다.

“‘포엠’은 4가지 M이라는 의미였습니다. 갈기산의 Mane와 영동 농산물 공동 브랜드 May Vill, 와이너리 도로명 모리(Mory)1길, 마을 이름(모치·Mochi)이자 마을 앞 흐르는 강(금강)에 사는 물고기 금강모치에서 따왔습니다. 지금은 여기에 영어식 발음 포엠(Poem)을 담아 2년간의 발효와 숙성의 서사를 와인에 한 편의 시처럼 담아보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포엠’ 주력 와인은 ‘포엠 로제’다. 킹델라웨이 품종만을 사용했다.

“일부러 노리고 재배와 양조를 한 것은 아니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델라웨어 품종은 재배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수율이 좋은 편이 아닙니다. 보편화된 품종이 아니죠. 하지만 당도가 잘 나온다면 24브릭스(brix)가 나올 정도로 높은 편이고 색과 향이 매우 뛰어납니다. ”

갈기산포엠와이너리는 ‘포엠 로제’로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우리술 품평회 과실주 부분 대상을 수상했다. 약간의 단맛이 있는 미디엄 스위트 와인으로, 로제 떡볶이나 로제 찜닭과 같은 꾸덕꾸덕하면서 약간 매콤한 음식과 어울린다고 했다.

이곳은 비건 포도로 와인을 빚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자연주의를 추구한다는 의미”라며 “비건 인증을 받으려면 동물 퇴비를 줄 수 없고 유기농 인증을 받은 비료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와인에도 여러 가지 동물 성분이 교차를 하는데, 대표적으로 와인을 맑게 하기 위해 여과 즉 필터링 과정에서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사용하지만 우리는 벤토나이트, 규조토, 종이필터를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충북 영동에 있는 갈기산포엠와이너리(갈기산포도농원)의 한지연 대표와 그의 남편, 그리고 아들. 갈기산포엠와이너리 제공 갈기산포엠와이너리는 최소 2년간 숙성한다. 짧지 않은 시간임에도 원칙을 준수하는 데에는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2년의 숙성을 거쳐야 포도와 효모의 온갖 성분들이 어우러져 최고의 상태(컨디션)로 와인이 완성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산머루를 활용한 ‘포엠 드라이’는 6년 이상 숙성해야 산미가 줄고 전반적으로 맛이 부드러워진다”고 밝혔다.

이미 와인으로도 충분히 소비자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갈기산포엠와이너리는 이제 증류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샤인머스캣을 발효 및 숙성해 와인을 만들고 그 와인으로 증류주를 생산해 지금 숙성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도수 높은 증류주를 생산할 계획이니 그에 맞게 포트와인, 리큐르, 브랜디, 다양한 도수의 증류주 라인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도수가 높은 주류는 중후한 이미지가 있는 만큼 부모님 세대에 맞게 자리를 잡는 반면, 도수가 낮고 젊은 고객층이 즐길 수 있는 주류는 젊은 감각으로 디자인이라든가 제품명으로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

갈기산포엠와이너리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문제는 최근 급변하고 있는 날씨다. 한 대표는 “기온이 높으면 당도가 높아지지만 농사를 하는 우리가 힘들고, 비가 많이 오면 과실 수확량은 많아지만 당도가 낮아진다”며 “여러가지 스마트 농법에 대해 귀를 기울이며 발전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북 영동에 있는 갈기산포엠와이너리(갈기산포도농원)에서 빚고 있는 와인 ‘포엠(Four M)’ 4종. 갈기산포엠와이너리 제공 갈기산포엠와이너리는 이제 35여년을 맞았다. 갈길이 멀다고 했다.

“다양한 나이대의 구성원이 여러가지 제품을 준비 중인만큼, 폭넓은 나이대가 즐길 수 있는 주류를 만들어 소비자와 소통하며 최고의 술을 만드는 와이너리가 되고자 합니다. ”

그러면서 한 대표는 “차로 이동하면 가까운 거리에 월영산 출렁다리와 부엉산 인공폭포가 나란히 있다, 그 앞에 어죽을 파는 식당들이 즐비해 있는데, 금강에서 나는 민물고기로 만든 어죽을 즐기며 바라보는 폭포와 출렁다리가 아주 매력적”이라며 “주요 관광지를 둘러본 후 우리 갈기산포엠와이너리에 오시면 즐겁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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