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5년 학생만화공모전 수상작들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비즈니스센터 1층 로비에 전시했는데, 2022년 금상 수상작인 ‘윤석열차’가 관객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검열과 권력에 굴하지 않은 창작과 예술의 힘을 다시 확인하는 뜻깊은 순간이었다. ‘윤석열차’는 ‘사건’이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로, 문화도시 부천에 큰 상흔을 입혔다. 2022년 당시 한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생이 현직 대통령과 그 부인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세상으로부터 큰 상처를 받아야 했다. 어른으로서 무척 미안했다. 서슬이 퍼렇던 독재정권 때도 권력 풍자는 있었다. ‘윤석열차’는 어쩌면 그 이후 벌어진 반헌법적 비상계엄의 전조현상이었을지 모른다.
조용익 부천시장 아이러니한 것은 당시 ‘윤석열차’는 카툰 분야 수상작이었다는 사실이다. 카툰은 정치적인 내용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한 컷짜리 만화를 뜻하는데, 우리가 신문에서 접하는 ‘만평’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사회·정치 풍자를 다루는 장르에 정치인과 사회상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창작의 자유에 ‘입틀막’을 당해 버린 것이다. 당시 윤석열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냈고, 두 해에 걸쳐 국비보조금을 2023년 대비 75% 삭감했다. 공모전 후원단체에서도 이름을 뺐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K팝과 한국 문화, 캐릭터와 스토리의 매력이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선사했고 국립중앙박물관에 해외 관광객이 몰려드는 등 우리 전통문화와 역사로까지 그 관심과 애정이 퍼져나가고 있다. 이 열풍을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이 이어가기 위해선 아낌없는 지원과 창작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재명정부가 지향하는 ‘문화강국, K컬처 300조 시대’는 이를 현실화하는 정책적 기폭제가 될 것이다.
일명 3S(Screen·Sports·Sex) 정책이 상징하듯, 독재정권 시절 문화정책은 국가주의적 통제수단이거나 단순한 여흥에 머물렀다. 김대중정부에 이르러서야 “문화에 있어 정부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조 아래 ‘문화’가 그 자체로 존중받기 시작했다. 부천을 대표하는 부천국제만화축제와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이 시기에 시작됐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같은 시기에 빠른 속도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문화예술은 민주주의와 같은 뿌리에서 자라 맺어지는 열매다. 부천시는 ‘윤석열차’ 사건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향한 억압과 재정적 탄압을 동시에 겪으며, 이 같은 사실을 뼈저리게 통감했다. 부천시는 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다시는 이 같은 불행과 퇴행을 겪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온 힘을 다할 것이다.
조용익 부천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