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하늘의 암살자’라고 불리는 MQ-9(리퍼) 다목적 무인기를 군산 공군기지에 상시 배치한 것을 공식 확인했다. 미 육군의 최신 정찰기 아테나-R이 올해 주한미군에 배치된 상황에서 미국의 한반도 감시·정찰 능력 강화 작업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주한 미 7공군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MQ-9으로 구성된 제431원정정찰대대가 군산 공군기지에 창설됐고, 더글러스 J 슬레이터 중령이 부대의 지휘를 맡았다고 밝혔다. MQ-9이 훈련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은 있으나, 한반도 주둔 부대에 상시 배치되어 쓰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미군이 운용하는 MQ-9 다목적 무인기가 지난해 4월 한반도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편대군종합훈련(KFT)에 참가, 훈련 임무 수행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7공군은 “제431원정정찰대대의 창설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미국의 굳은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이라며 “MQ-9 작전은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정보, 감시, 정찰 분야의 한·미 공동 중요 임무를 지원하며, 위협과 새로운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연합 능력을 강화하고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제너럴 아토믹이 만든 MQ-9은 다목적 임무 수행이 가능한 중고도 장거리 체공 무인기다. 고도 1만5000m 상공에서 27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 해안 및 국경 감시, 인도적 지원, 평화 유지군 지원, 마약 퇴치 등 광범위한 작전을 지원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선 전투 지휘관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무기와 센서가 조합된 포함된 임무 키트를 사용, 전장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제공한다.
MQ-9은 헬파이어 대전차미사일과 레이저 유도폭탄을 싣고 날아가 지상표적을 타격하는 공격 능력도 갖추고 있다. 지난해 4월 한반도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편대군종합훈련(KFT)에서 레이저 유도폭탄으로 지상 표적을 파괴하는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일반 전투기와 달리 조종사가 적 내륙에 추락할 위험이 없는 MQ-9은 지상 방공망이 강력하지 않은 중동 지역에서 벌어진 비정규전에서 테러조직 수뇌부를 제거하는 작전에 쓰이기도 했다. 실제로 2020년 1월 미군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암살할 때도 투입됐다. 이같은 특성으로 인해 MQ-9은 무인공격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MQ-9은 전자광학/적외선(EO/IR) 장비와 레이더 등을 탑재해 정보, 감시,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정찰 자산으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 2023년 미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수색을 위해 가자지구 상공에 MQ-9을 최소 6대 투입해서 인질의 위치를 추적한 바 있다. 주한미군 MQ-9도 휴전선 이북 지역 북한군 움직임과 더불어 서해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의 동향도 면밀하게 감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