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철강과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전기요금으로 추가로 내야 할 금액이 7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업계에서 한국전력공사(한전) 전기를 가장 많이 사다 쓰는 현대제철은 일년 영업이익의 절반을 전기료로 더 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했지만, 업계에선 구조적으로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1일 기후부의 제4차 계획기간 국가 배출권 할당 계획안에 따르면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은 오는 2030년까지 50%로 높아진다. 지금까지는 발전사들이 배출권을 대부분 무상으로 받아왔지만, 앞으로는 절반을 시장에서 직접 구매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100% 무상할당을 받아온 철강과 석화기업들은 결국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산업계 관계자는 "직접 유상할당 확대는 발전사에 해당되는 사안이지만 전기요금 인상은 구매 전력만큼 그대로 비용으로 이어진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간접 부담을 피해갈 수 없다"고 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신동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에게 의뢰한 '배출권거래제의 전기요금 인상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유상할당 비중을 50%로 높이고 배출권 가격을 t당 3만 원으로 가정할 경우 전기요금은 kWh당 9.41원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업종별로는 철강(1차 금속) 3094억 원, 화학 4160억원의 연간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연간 전력 사용량은 1만2956GWh로, 이 가운데 외부에서 구입한 전력만 7774GWh에 달한다. 이를 적용하면 전기요금 인상분만 연간 732억원으로, 지난해 영업이익(1595억 원)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진다.
동국제강도 비슷하다. 전기요금 인상분이 연간 465억원으로, 지난해 영업이익(1025억원)의 절반 가까이가 잠식될 전망이다. 포스코는 자가발전 비중이 85.5%에 달해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구입 전력량(3045GWh)을 기준으로 하면 287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탄소중립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전기로 전환이나 공정 개선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절차를 밟고 있는 화학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주요 기업들이 대부분 1년 넘게 적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수천억 원대 전기요금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석화업계는 전기요금 인상으로만 416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화산업은 통상 제품 생산원가의 10~15%가 전기요금으로 지출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이 더 오르면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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