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도 기업은행처럼 업계 '책무구조도 1호 제재'라는 불명예는 피했다. 카드사 책무구조도 제도 시행 전에 사이버 침해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적 증가 등 내부 동력 확보와 인수합병(M&A)을 통한 외부 돌파구 마련에 모두 실패한 가운데 사이버 사고까지 터지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롯데카드 해킹 사고에 대해 내년 7월 적용되는 책무구조도 제재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사 등 여신금융전문회사는 내년 7월 책무구조도 제도 시행을 위해 준비 중이고 내년 1분기 시범운영을 통해 개선사항을 보완할 예정"이라며 "롯데카드에만 선제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일반적인 위규 사항과 책무구조도 적용 여부를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기업은행은 부당대출 사고로 '책무구조도 1호 은행'이라는 오명을 쓸 뻔했지만 최종적으로 피했다. 롯데카드 역시 '1호 제재 카드사'라는 불명예는 피한 셈이다.
하지만 롯데카드는 쌓여 있는 경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고 수습 작업이 원활하지 않다. 해커 적발과 2차 피해 방지, 재발 방지책 등 후속 조치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적 동력도 크게 떨어졌다. 금융당국의 소비자보호 정책 강화로 카드 업계 전반이 연회비 인상이나 신용판매 확대 전략을 적극적으로 펴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롯데카드는 연초 약 1500억원 규모의 팩토링채권과 홈플러스 구매전용카드 관련 손실까지 발생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2분기 380억원, 3분기 397억원으로 늘었으나, 4분기 347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는 1분기 143억원, 2분기 273억원으로 급감했다.
경영 환경 전망도 '먹구름'앞으로의 경영 환경도 밝지 않다. 업계는 카드 재발급·배송 비용만 약 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이는 분기 순이익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정보보호 예산을 추가 편성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당장 3분기 장부에는 사고 수습 비용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연말 사업보고서에는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실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신뢰 하락이다. 경찰 내사와 조좌진 대표이사 사장의 국회 국정감사 소환 등으로 소비자 신뢰와 브랜드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한 경영 돌파구 마련도 사실상 막혔다.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2022년 롯데카드 매각가를 3조원대로 제시했으나 매수자가 없어 지난 5월 2조원으로 낮췄다. 그러나 이 가격에도 투자자를 찾지 못하던 중 사고가 터졌다. 결국 롯데카드는 헐값 매각이나 시장 상황을 보며 버티는 선택지 외에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외부 자금 조달도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롯데카드는 내부 실적 개선이나 외부 M&A 같은 수익성 제고 전략은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경영진은 사고 수습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조좌진 대표는 "금융 당국의 영업정지 조치, 과징금 부과 등 제재나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 가능성을 고려할 상황이 아니다"며 "무엇보다 피해 수습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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