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30일 후 망한다"…무수한 실패까지 돌파하고 '초일류 기업' 우뚝[혁신의 심장, 기업연구소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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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30일 후 망한다"…무수한 실패까지 돌파하고 '초일류 기업' 우뚝[혁신의 심장, 기업연구소⑮]
편집자주성장 동력이 꺼져가는 한국 경제에 새로운 심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연구소들은 한때 우리 경제의 심장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기업 연구소가 무엇을 들여다보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는 시선은 없다. 미국 IT업계의 맹주인 IBM은 '잃어버린 10년'을 딛고 부활했다. 핵심적인 비결에는 연구소 재건이 있다. 국내 굴지 대기업의 창업주들은 과거 '기술보국'을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산업계에선 창업주들의 정신을 되짚어 한국형 연구개발(R&D) DNA를 기업 연구소에 다시 심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아시아경제는 글로벌 기업들의 연구소를 탐방해 이 시대 기술의 역할과 정책을 제언하는 시리즈를 4회에 걸쳐 싣는다.


젠슨 황 엔비디아(NVIDIA) 최고경영자(CEO)는 줄곧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는 앞으로 30일 후면 망한다"고 말해왔다. 오늘날 인공지능(AI) 생태계 중심에 우뚝 서면서 성공 신화를 일구고 있지만 지금껏 여러 차례 실패했다는 사실을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다.


엔비디아는 1995년 창업 후 첫 제품인 'NV1'의 실패로 파산 위기에 몰렸으나 무모하다 싶을 만큼 과감히 개발한 신제품 NV3가 좋은 반응을 얻어서 회생할 수 있었다. 또 대만 TSMC와의 초기 협력기였던 1998년 초 공정 중 실수로 절반이 넘는 완성품을 폐기하는 일도 있었다. 파트너사에 지분을 일부 매각해 망할 고비를 겨우 넘겼다. 이후에도 엔비디아는 실패의 위기에서 정면 돌파를 거듭했고 그 결과 AI 시대 생태계의 최상위권 포식자로 거듭났다.



조성호 카이스트(KAIST) 전산학부 교수는 기업들의 실패 사례를 연구하는 독특한 이력으로 관심을 모은다. 조 교수는 "최고의 성공은 과감한 도전을 통해 이룰 수 있고 과감한 도전은 실패 사례가 쌓인 뒤 가능하다"며 "엔비디아뿐 아니라 토머스 에디슨, 일론 머스크 같은 유명 과학자나 세계 굴지의 기업인도 성공의 이면에는 실패가 있었다"고 했다.


조 교수는 실패를 장려하자는 취지로 2021년 6월 '실패연구소'를 설립하고 소장을 맡았다. 실패연구소는 연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학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장기적으로는 아직 성공하지 못한 사회 구성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전망을 확보한다는 운영 목표를 제시한다. 올해는 이상한 번역이나 기괴한 이미지 생성 같은 AI 시대 실패를 탐구하면서 AI와 인간의 실패를 서로서로 거울로 삼기 위한 전시와 공모전도 추진 중이다.



실패를 기억하는 기업은 엔비디아만이 아니다. 구글이 '구글 공동묘지'라는 웹사이트에서 상용화에 실패한 제품과 서비스를 연도별로 정리해서 공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구글에 질문을 보내면 답변을 받을 수 있는 '구글 앤서'(Google Answers)가 2002~2006년 운영됐다는 내용부터 중소기업에 지원한 고용서비스 '구글 하이어'가 2020년 폐지됐다는 내용도 올라와 있다. 실패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실패 데이터를 축적, 연구해 자산으로 삼는 전략이다.



국내 기업연구소 중에는 현대자동차그룹 신기술 연구소였던 선행기술원(IATD)에 실패를 공유하고 재도전하는 문화가 있었다. 주 1회 '버겁(Buck-up) 데이'에서 연구 프로젝트 중 실패한 경험을 알리고 다음 실패는 막기 위한 자리였다. 처음 버겁 데이를 제안했다는 연구원은 "이스라엘 스타트업에는 실패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가 자주 있다고 들었다"며 "'버겁다'는 단어에서 착안해 적어도 동료만큼은 실패하지 말라고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버겁 데이를 만들었다"고 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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