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5년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를 위해 4조원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현장의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연구개발(R&D) 예산과 과제 수는 두세 배 늘었지만, 매출과 수출은 최근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특허 건수는 제자리걸음이었다.
9일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요구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정부가 소부장 연구개발(R&D) 지원에 투입한 예산은 총 4조7000억원 규모다. 소재, 부품, 장비 기업에 투입 예산은 매년 증가해 2020년 6027억원에서 지난해 1조1410억원으로 5년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지원과제 수도 660개에서 1926개로 세 배가량 늘었다.

소재부품기술개발 사업은 소재·부품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고도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진행하는 사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며,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이후 공급망 불안정 문제가 대두되자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다음해 소부장 특별법과 특별회계를 신설했다. 이후 매년 소부장 기업을 대상으로 공동 연구개발, 지분투자, 합작법인 등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성과는 다소 미진했다. 소부장 기업 매출액은 지난 2022년 1144조원에서 2023년 1077조원으로 하락했다. 5년 전인 2019년에 비하면 234조원가량 상승했지만, 2022년 최고점을 찍고 다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분야별로도 소재기업(432조원→396조원), 부품기업(652조원→624조원), 장비기업(60→58조원) 모두 매출액이 감소했다.

최근 5년간 소부장 기업의 수출액은 증가세를 보였다. 전체 수출액은 2020년 3009억달러(421조원)에서 지난해 3637억달러(510조원)로, 4년간 21%가량 상승했다. 다만 수출액 역시 2022년에서 2023년 급락했다. 소부장 전체 수출액은 2022년 3745억달러에서 2023년 3341억달러로 하락했으며, 지난해 3637억달러으로 다시 반등했다.
연평균 증가율로 환산해보면 매출액은 제조업 증가율(4%대) 대비 2~3%포인트가량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소재 기업들의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이 7% 수준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수출 경쟁력은 사실상 정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전체 연평균 수출액 증가율은 7%대인 데 비해, 소부장 수출액 증가율은 5%에 못 미쳤다. 이중 소재기업의 연평균 수출액 증가율은 10%대로 제조업 평균보다 높았고, 부품기업의 연평균 증가율이 2%대로 가장 낮았다.
연구개발 지원 분야 성과를 살펴보면 최근 5년간 매출액은 상승세를 보이다가 2023년에서 2024년 사이 3조8581억원에서 3조452억원으로 8000억원가량 급락했다. 특히 소재기업의 매출액이 3조원대에서 2조원대로 1조원 넘게 하락한 것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민간투자 성과는 2020년 8561억원에서 2024년 1조2791억원대로 매년 증가했다.
특허등록건수는 2020년 490건에서 2024년 478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특히 소재기업의 특허건수가 5년새 353건에서 249건으로 급감했다.
주관 부서인 산업부에서 소부장 기업에 대한 성과 분석은 세부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소재 부품 기술 개발 사업과 관련해 성과 활용 조사는 하지만 구체적인 원인까지 분석하진 못했다"면서 "소부장 기업에 대한 성과 관리는 5년 단위의 중장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2022년 반도체 수요가 둔화된 데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가 위축됐고 미중 갈등 등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보니 매출액과 수출액이 하락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국내 부품업체 대표는 "이제는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로 경쟁해야 하는데 중국은 각 기업에 매출액에 대한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는 연구개발 지원 위주로만 이뤄지고 있다"며 "직접적인 지원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반될 우려가 있지만, WTO 체제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규정을 이전처럼 준수해야 할지 재고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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