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의 평가전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한국 축구대표팀 수비수 김민재가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의 평가전에서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만능이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후방 빌드업, 결국 치명적인 실점으로 이어졌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핵심 수비수 김민재가 치명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선발 출전한 김민재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문전에서 상대 공격수 이스테방(첼시)에게 공을 뺏겨 실점으로 연결됐다. 전반을 0-2로 밀린 대표팀은 이 실점 후 수비진이 허물어지면서 후반 시작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0-4까지 밀리게 됐다.
김민재의 실책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날 경기 전부터 내린 비로 미끄러운 잔디 탓도 있지만, 이는 그라운드 안에서 뛰고 있는 22명의 선수 모두와 같은 환경이다. 경기에서 나와서는 안 될 장면이다. 홍 감독은 후반 16분 김민재를 빼고 박진섭(전북)을 교체 투입했다. 오는 1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파라과이전을 대비한 체력 안배 차원의 교체일 가능성이 크지만, 질책성 교체도 배제할 순 없다.
이 실책을 두고 김민재만 탓 할 순 없다. 김민재는 세계 최강 브라질 공격진을 상대로 수비진 가운데 유일하게 피지컬과 스피드에서 대등한 플레이를 펼쳤다. 전반 23분 브라질 역습시 역동적인 스피드로 따라가 태클로 저지한 플레이는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어진 플레이에서도 파울로 연결되긴 했지만, 태클로 상대 공격을 차단한 모습은 김민재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김민재의 실책이 나오기 전 상황이다. 홍 감독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 대비해 스리백 전술을 실험하고 있다. 공격시 스리백이 후방을 지키며 윙백이 공격에 적극 가담하고, 수비 전환시 윙백이 수비 진영 깊숙히 내려와 파이브백으로 전환하는 전술을 골자로 한다.
그만큼 후방 빌드업이 중요하다. 후반 빌드업을 통해 사이드로 이어지고 최전방의 손흥민(LAFC)을 활용한 공격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후방 빌드업을 하기에는 아직 완벽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세밀함이 부족하다.
브라질의 전방 압박을 역부족이었다는 의미다. 지난 9월 미국, 멕시코전과 달리 브라질의 전방 압박은 차원이 달랐다. 심지어 카를로 안첼로티 브라질 감독은 공격진에 4명을 배치하는 4-2-4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호드리구,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이상 레알 마드리드), 마테우스 쿠냐(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스테방 등 세계적인 공격수들이 쉴새 없이 한국 수비진을 압박했다.
이에 한국 수비진은 매번 아슬아슬하게 볼을 돌리다 전방으로 공을 걷어내는 일명 뻥 축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이날 왼쪽 윙백으로 나선 이태석은 왼발에 강점이 있지만, 반대로 오른발에 약점이 있다. 왼발을 사용하려다보니 공을 오른쪽으로 접어두는 습관이 브라질에 간파당했다. 이태석의 발 끝에서 중앙 또는 사이드로 공이 전진해야 하는데, 이것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중앙 미드필더 백승호 역시 탈압박에 물음표가 달려 있다. 중앙과 사이드가 막혀있다보니 김민재가 후방 빌드업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전술 완성도를 높이고, 실험이 목적이다. 결국 극복해야 월드컵 본선 무대도 기대할 수 있다. 브라질을 상대로 후방 빌드업을 경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성과다. 다만 상대 전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본선 무대를 위해 필요하다. 상대가 전방에만 4명을 배치하는 극단적인 전술을 들고 나섰을 때, 벤치의 대응 역시도 경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