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고 원인도 알려지지 않은 규칙적인 사이클이 수천 개나 존재한다. … 전쟁과 불경기가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장군이나 기업가나 정치가가 일으키는 게 아니라 우리가 놓인 환경의 자연적인 물리적 힘들이 빚어낸 결과라면 우리는 지금 인류 전체가 누릴 수 있는 완전히 다르고 또 특별한 삶의 방식의 문턱에 서 있는 것이다. ”
1930년대 대공황을 계기로 일생을 ‘주기(사이클)’ 연구에 평생을 바친 독특한 경제학자가 1971년 발간한 책이 복간됐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후 미국 정부 통계분석가로 활동하다가 허버트 후버 대통령으로부터 경제가 무너진 원인을 규명하라는 임무를 받으면서 단순한 경기순환을 넘어, 사회·자연 현상 전반에서 반복되는 리듬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에드워드 R 듀이·오그 만디노/이경식 옮김/청림출판/2만2000원 인간의 심장 박동부터 계절의 변화, 경기의 호황과 불황, 정치적 격동 그리고 태양의 은하 공전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움직임은 일정한 리듬을 따라 반복된다는 주장을 펼친다. 역사·식물학·천문학·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주기를 분석했고, 66개의 도표를 통해 그 상관관계와 동기화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제시했다. 듀이는 이를 “눈을 감고 후진하는 운전자”의 비유로 설명한다. 도로에 일정한 구조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보지 않고도 앞으로의 굴곡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현상을 일정한 리듬으로 환원하는 방식은 마치 삼라만상을 예지할 수 있다는 동양의 ‘주역’에 대한 믿음과 비교할 만하다.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패턴을 제시하는 점에서는 흥미롭지만, 그것이 인과 관계에 기반을 둔 과학적 법칙인지 혹은 인간이 우연 속에서 찾아낸 환상의 질서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학계에서는 듀이의 접근이 상관관계에 머물 뿐 인과적 설명력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특정한 패턴이 몇 차례 반복되더라도 이후에는 흐트러지거나 사라질 수 있으며, 이를 절대적 예측의 틀로 제시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과 사회를 관통하는 패턴을 발견하려는 경제학자의 노력은 지금도 유효한 통찰을 보여준다.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