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에 대응해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를 제재하면서, 미·중 통상 갈등이 조선업을 넘어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산업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산업 복원 정책에 협력한 외국 기업 전반으로 제재를 확대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5일 산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가 미국 산업 자립 전략에 동참한 외국 기업에 대한 첫 경고로, 조선업 외 반도체·배터리 등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미국의 칩스법(CHIPS·반도체 보조금), IRA(인플레이션감축법), AUKUS(미·영·호 안보동맹) 등 산업 복원 정책에 참여한 기업들이 모두 미국 내 생산 확대와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며 중국의 산업 경쟁력에 압박을 주는 구조라는 점에서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미국의 칩스법에 따라 보조금을 수령하며 미국 내 파운드리(위탁생산) 및 첨단 패키징 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배터리 분야 역시 LG에너지솔루션, SK온, 한화큐셀 등이 IRA에 따른 현지 생산 요건 충족을 위해 미국 업체와의 협력, 투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원전 및 방산 분야에선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SMR(소형모듈원전) 개발과 AUKUS 연계 사업 등 안보 동맹 틀 내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단순한 무역보복이 아닌 '산업 동맹'에 대한 경고로 해석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중국은 한국을 겨냥해 원자재·희토류·이차전지 소재와 같은 공급망 카드를 다양하게 쓸 수 있다"며 "사드(THAAD) 당시처럼 관광·비자·통관 지연 등 비관세·비시장 조치도 동원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다만 한국과 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 표면적 관계는 유지하되, 내부적으로는 중국 리스크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이 필요하다"며 사안별 실리적 외교 대응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한국이 미·중 갈등의 '중간 타깃'으로 부상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도 "희토류 제재까지 병행되면서 반도체·배터리·방산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기업들은 희토류와 핵심 광물의 비축량을 늘리고, 제3국을 통한 공급망 우회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한미 간 경제협력 틀을 유지하되, 우방국들과의 공동 대응 체계를 가동해 '탈(脫)중국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는 전날 대변인 입장문을 통해 "한화오션주식회사의 미국 자회사는 미국 정부의 관련 조사 활동에 협조하고 지원을 제공했다"며 제재 명단을 발표했다. 제재 대상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쉬핑홀딩스, HS USA홀딩스 등 5개 법인이 포함됐다.
중국이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들이 미국에 어떤 협조를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조치는 미국이 지난 8월 착수한 무역법 301조 조선·해운 산업 조사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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