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2025년 정기국회를 앞두고 산업현장에서 시급하다고 판단한 30개 법안의 조속 처리를 요구했다. 반도체·인공지능(AI) 같은 첨단산업 지원과 금산분리 완화, 배임죄 개선 등 기업 활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과제가 대부분이다.
상의는 16일 "반도체산업 지원법, 벤처투자법 등 여야가 함께 발의한 주요 법안이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제도 개선이 정치 일정에 묶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에 제시된 30개 과제는 현장의 규제 병목과 투자 제약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반도체특별법·AI지원법 등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금산분리 완화와 벤처투자 확대를 통한 자금순환 개선 ▲배임죄·상속세 제도 손질을 통한 경영 리스크 완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상의는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14개 과제가 여야 공통 관심 법안이라며 "논쟁보다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AI 법안 조속 처리 촉구
상의는 반도체특별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포함한 첨단산업 지원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현재 국회에는 대통령 직속 반도체특별위원회 설치, 인프라 신속 구축,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확대, 52시간 근로시간 적용 제외 등을 담은 반도체 지원법 9건이 계류돼 있다. 상의는 "여야 모두 법안의 방향에는 이견이 없는데도 논의가 멈춰 있다"며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입법이 늦어지면 산업 전반의 속도가 뒤처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AI 산업은 기술 격차가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분야라며, 데이터센터 세제지원 확대와 전력·용수 인프라 확충, AI 전문 인력 양성 시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상의는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과 냉각수 확보가 핵심인데, 현행 제도는 이를 뒷받침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세제·에너지·입지 등 종합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기업이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을 실현할 수 있도록 'RE100 산업단지 특별법' 제정을 요청했다. 수도권은 재생에너지 공급이 부족하고 서남권·제주 등은 전력이 남는 구조인 만큼, 지역별 여건에 맞춰 산업단지를 지정하고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산분리 완화·벤처투자 확대 강조
생산적 금융 활성화의 핵심 과제로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꼽혔다. 상의는 산업과 기술 역량을 가진 기업이 자산운용사를 직접 소유해 전략산업펀드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제도적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공정거래법과 자본시장법은 대기업이 금융사를 소유하거나 계열사 지분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어,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민간 자금의 흐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의는 "지주회사 체제의 경직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산업기반 펀드가 조성될 수 있다"며 "미국 인텔이 자산운용사 아폴로와 51대49 합작으로 신공장을 건설한 사례처럼 산업과 금융이 결합된 모델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2021년 15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11조9000억원으로 감소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상의는 "벤처 생태계가 위축되지 않도록 모태펀드 존속기간(30년) 제한을 없애고, 민간 자금이 더 쉽게 유입될 수 있도록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배당기업의 배당소득을 종합소득 과세에서 제외해 분리과세를 허용하는 제도 도입도 건의했다. 상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통해 투자자들의 자본시장 참여를 촉진하고, 기업의 자금 순환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임죄 개선·상속세 완화로 경영 불확실성 줄여야"
상의는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함께 제안했다. 배임죄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어 경영상 판단이 사후적으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상의는 "모험적 투자를 시도한 경영자까지 처벌받는 구조는 혁신을 위축시킨다"며 형법과 상법, 특정경제범죄법의 배임 관련 조항을 정비하고, 판례로만 존재하는 경영판단 원칙을 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속세 제도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의는 "세율 인하보다는 납부 구조를 현실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기업의 세 부담을 분산할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대기업에도 최대 10년간 납부유예를 허용하고 둘째, 상장주식 평가 기준을 단기 주가가 아닌 장기 평균 시세로 바꾸며 셋째, 상속세와 자본이득세를 결합해 상속 시점에 일부 세금을 내고 처분 시점에 나머지를 납부하는 '2단계 과세 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 밖에 석유화학·철강산업 특별법 제정, 연구개발직 근로시간 적용 예외, 의원발의 법안의 입법영향분석 제도 도입 등도 포함됐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중국의 첨단산업 부상과 미국의 통상 압박으로 기업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국회가 산업 현장의 현실을 감안해 규제를 손보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하루 3분, 퀴즈 풀고 시사 만렙 달성하기! ▶ 속보·시세 한눈에, 실시간 투자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