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17일 오전 일본 도쿄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회관에서 열린 제32회 한일재계회의에서 "양국이 60년간 탄탄히 다져온 신뢰 위에, 이제는 새로운 미래인 '한일 경제협력 2.0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개회사를 맡아 이와 같이 말했다. 그는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강화가 최우선 과제이며 글로벌 환경의 급변과 불확실성 속에서 경제·산업 구조가 유사한 한일 양국이 공급망 재편과 국제규범 논의에서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류 회장은 수소·미래차 표준, 자원안보 등 분야에서의 한일 및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나라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한 양국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CPTPP 가입은 한일 양국이 불확실성이 짙어진 세계 시장에서 활로를 함께 열기 위해 반드시 힘써야 할 과제로, 최근 재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사안이다. 이번 회의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심도있게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국제협력 방안'을 주제로 한 세션에선 우리나라의 CPTPP 가입이 이제 반드시 실행해야 할 과제라는 데 양국 경제계가 공감했다. 또한 WTO가 흔들리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CPTPP 가입이 세계 자유무역질서와 다자협력 체제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츠츠이 요시노부 경단련 회장은 "한일 양국의 성장 기반이 되어 온 규범에 기반한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경제질서의 유지와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보다 공정하고 다자적인 자유무역체제 실현을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을 추진하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CPTPP 등 경제연계협정(EPA)의 심화·확대를 함께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양국 경제계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보호주의 흐름을 비롯한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에너지 협력과 공급망 강화 등 실질적 협력 분야를 한층 심화해 나가기로도 뜻을 모았다. 아울러 한미일 비즈니스 대화를 포함한 3국 경제계 간 소통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또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서는 무역·투자 자유화와 규범 측면에서 RCEP보다 높은 수준으로 협상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양측이 의견을 같이했다.
미국의 관세 조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기업들이 '초(超)불확실성' 속에서 전략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진단했다. 이런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양국은 AI, 녹색전환, 통상 대응의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추진 중이며 양국의 정책 방향성이 유사한 만큼 협력의 여지가 크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그간 한일 간 수소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여러 차례 논의가 이뤄졌고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협력의 큰 틀이 마련된 만큼 이제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한국이 '포용적 AI' 철학을 바탕으로 모든 구성원이 혜택을 누리는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또한 양국이 초고령화, 재난 대응, 디지털 격차, 인재 확보, 에너지 및 공급망 등 공통 과제를 AI·디지털 기술 협력을 통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새로운 차원의 한일 경제협력 방안으론 자동출입국 시스템 상호 개방을 통해 양국 국민이 출입국시 자국민에게 적용되는 자동출입국 시스템을 이용하는 편의를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교환학생·유학 중심의 미래세대 교류가 일자리로까지 이어질 필요성도 논의됐다. 이와 관련해 경제단체 등이 유학생과 기업 간의 수요를 파악하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최근 양국 간 활발해지고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 협력과 관련해선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한일 공동 제작 콘텐츠의 세계시장 진출 강화 방안이 제시됐다. 또 음악 분야의 한일 합작 그룹의 제3국 진출, 그리고 하나의 원작을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하는 전략을 통한 협력 필요성도 강조됐다.
이날 회의는 한경협과 경단련의 주최로 열렸다. 우리 측에선 류 회장을 필두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 등 기업인 14명이 참석했다. 일본에선 요시노부 경단련 회장 등 기업인 11명이 자리했다.
이날 한경협과 경단련은 양국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해 더욱 긴밀한 연계·협력의 길을 개척하자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성명에는 규범 기반의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질서 유지 및 CPTPP 추진, 글로벌 통상환경 공동 대응 및 공급망 협력. 한미일 협력과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구상 연계 강화, APEC·OECD 등 국제무대에서의 공조 확대, 수소 에너지 및 탄소저감 협력, 저출산·고령화·기후변화 등 공통 사회문제 공동 대응, 관광 질적 성장, 청년·스타트업 등 미래세대 교류 활성화, 방재 및 콘텐츠 산업 등 신산업 분야 연계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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