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임기 여성에게 가장 흔히 발견되는 질환 중 하나가 자궁근종이다. 이는 자궁 근육층에서 자라는 양성 종양으로, 통계적으로 여성의 절반 가까이가 경험할 만큼 흔하다. 실제로 한국 여성 대상 연구에서도 초음파 검사 시 중년 여성의 약 37.5%에서 자궁근종이 발견됐고,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가임기 여성의 9%가 자궁근종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전 세계적으로도 1990년 대비 2019년 자궁근종 발생 건수는 약 67%, 유병 건수는 약 79% 증가해 사회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무증상으로 지내는 경우도 있지만, 근종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심한 생리통 ▲과다출혈 ▲빈혈 ▲복부 압박감 ▲배뇨장애 ▲난임 등 다양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자궁 보존을 중시하는 최신 치료 패러다임 과거에는 자궁근종 치료의 일환으로 자궁 전체 절제가 빈번히 시행됐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을 고려하는 여성 환자가 늘면서 최근에는 자궁을 보존하면서 근종만 제거하거나 줄이는 방향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실제 국내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2002년 78%에 달했던 자궁절제술 비율은 2013년 45%로 감소한 반면, 자궁근종만 제거하는 근종절제술은 같은 기간 22%에서 49%로 증가했다. 이는 보존적 치료가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기경도 민트병원 여성의학센터장은 “자궁근종은 단순한 양성 종양을 넘어 여성의 삶의 질 전반에 영향을 준다”며 “정기 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하고 환자 상황에 맞는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복강경과 로봇 수술은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최소 절개 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회복 속도가 빠르고 감염 위험이 낮으며, 최대 10cm 크기의 근종까지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또한 해외 연구에서는 복강경 근종절제술을 받은 여성 가운데 임신을 희망한 환자의 약 70%가 임신에 성공한 것으로 보고돼, 가임기 여성에게 중요한 치료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수술적 치료법도 주목
최근에는 자궁동맥 색전술(UAE)과 고강도 집속 초음파(MR하이푸, HIFU) 같은 비수술적 치료도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자궁동맥 색전술은 근종에 혈류를 공급하는 혈관을 막아 근종을 괴사시키는 방식이며, MR하이푸는 고강도의 초음파 열로 근종을 태워 크기를 줄인다.
해외 비교 연구에서는 자궁절제술 대비 UAE가 입원 기간과 회복 속도에서 우수하고, 합병증 발생률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확인됐다. 다만 일부 환자에서는 장기적으로 반복 시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어 환자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도 보고됐다.
기 센터장은 “근종 크기가 크거나 전통적 수술 접근이 까다로운 경우에도 UAE나 MR하이푸를 활용하면 자궁을 보존하면서 빠르고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며 “환자의 연령과 향후 임신 계획을 고려해 선택지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정밀검사와 다학제 협진
환자마다 근종의 위치, 개수,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법 결정에는 정밀검사가 필수적이다. 골반 MRI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 근종의 세부 특성을 확인하고, 주변 장기와의 관계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기 센터장은 “다학제 협진은 단순히 근종을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의 직업, 생활 패턴, 건강 상태까지 고려해 최적의 치료 전략을 도출하는 과정”이라며 “충분한 상담을 통해 환자 맞춤형 치료 방향을 잡는 것이 최상의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