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없는 도시(메가샌드박스)'의 또 다른 핵심축은 사람이다. 혁신 산업이 성장하려면 인재가 필요하고, 인재는 대학에서 나온다.
중국 우한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우한에서 자율주행 혁신 실험이 성공한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 국가적 투자뿐 아니라 '뛰어난 인재'가 많다는 점도 크게 자리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으로 우한에 있는 기업들은 적극적인 교육 투자와 산학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주행 혁신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대학·연구기관은 이론의 경제성과 데이터를 검증할 수 있고 기업은 유능한 인재를 선점·수급할 수 있는 '윈윈(win-win)' 구조다.
현지 자율주행 기업 관계자는 "우한에는 기술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뛰어난 대학과 인재들이 많다"며 "대학과 기업이 함께 실험하고 검증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자율주행이 '연구'가 아닌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책과 투자를 뒷받침할 '인재 풀'도 두텁다는 것이다.
우한에는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를 배출한 '우한대'와 중국 최고의 이공계 대학으로 꼽히는 '화중과기대'가 있다. 두 학교 모두 중국 내 대학평가에서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으며 베이징대·칭화대 등과 함께 '세계 일류급'으로 평가된다. 중앙정부의 '쌍일류(雙一流)' 육성정책과 지방정부의 산학융합 지원이 맞물리며 연구 인프라와 기업 연계 프로그램이 집중적으로 확대됐다. 교육부 직속의 주요 공업 대학인 '우한이공대'도 지역 산업정책과 연계해 자율주행·인공지능 분야의 실험 및 실습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우한은 특히 AI 산업의 핵심 인재 도시로도 주목받고 있다. 도시에만 90개 이상의 대학과 연구기관이 밀집돼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인공지능·데이터 과학·자동차공학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인재의 저변이 넓다 보니 기업들은 연구와 실험을 병행하며 기술을 빠르게 산업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최근 우한의 AI 전문인력 육성 모델을 면밀히 검토하며, 한국 기업이 우한 현지 대학과 연계해 기술인력을 공동 양성하거나 국내 산업단지로 유치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이공계 인재 넘치는 우한, 산학 협력으로 '윈윈'
우한의 산학 협력은 자율주행 실험 초기부터 시작됐다. 정부가 큰 틀에서 산업의 방향을 잡고 정책을 펼치기 시작하니 기업들은 물론, 교육·연구 현장도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학생은 실험실을 벗어나 실제 상황에서 구체적이고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기업은 새로운 이론과 연구성과를 검증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모델로 만들 기회를 얻는 구조다.
로보택시 '아폴로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바이두는 2018년부터 우한대와 자율주행 기술 협력을 시작했다. 2022년 위성항법 및 고정밀 지도 기술에 대한 공동연구를 수행했고, 2023년에는 공동 연구소 격의 실험실을 세워 인재 양성에 나섰다. 레벨4 자율주행 차량 8대를 학교에 기증하기도 했다. 아울러 바이두는 화중과기대에 '인공지능 교육혁신센터'를 세웠다. 바이두와 학교가 함께 만든 인공지능 혁신 커리큘럼으로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새로운 산학 융합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화리즈싱 역시 우한대·화중과기대·우한이공대 등 대학들과 협력 프로젝트를 전개 중이다. 산학 공동연구가 곧 연구진의 성과가 되기도 하니 학교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후문이다. 런쉐펑 화리즈싱 부사장은 "우한에는 기업들이 선호하는 인재들이 많다"며 "컴퓨터학과는 물론, 내비게이션과 고정밀 지도 측정을 연구하는 학과도 있어 혁신을 앞당기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산학 협력 프로젝트가 적극적으로 전개되면서 정부도 AI·미래기술 관련 학과를 신설하거나 재편할 수 있도록 '지원 사격'에 나섰다. 정책의 선순환이다. 화중과기대는 지난해 전공 개편을 통해 AI·집적회로·네트워크 보안 분야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올해 AI 학과를 신설했다. 중남재경대 역시 올해 3월 교육부 승인을 받아 해외 대학과의 합작 형태로 AI 학과를 새로 개설했다.
침체했던 도시, 기술 혁신으로 다시 '기회의 땅'
예로부터 우한은 교통과 물류의 중심이었다. '구성통구(九省通衢·아홉 개 성을 연결하는 통로)'라는 별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도시보다는 주거 선호도가 낮은 내륙에 있고 교통 혼잡, 낮은 임금 수준 등으로 젊은 층에서 인기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봉쇄 도시' 이미지까지 더해져 외부 인재들의 유입에도 걸림돌이 됐다.
그러나 2023년 우한시 정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한은 '신흥 1선 도시'로 꼽혔다. 도시 등급은 세간의 비공식적 평가지만, 신산업이 도시를 어떻게 회복하고 발전시키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침체했던 도시가 기술 혁신을 통해 다시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런 부사장은 "학생들은 졸업 전에 기업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연구성과를 실제로 구현해볼 기회를 얻고, 기업들은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여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모델로 전환하는 기회를 얻는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산학 연계를 매우 장려하고 있어 상호작용이 좋다"고 강조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 산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인구가 적고 물가도 저렴한 우한에서 로보택시 상용화를 실현했다는 건 다른 도시 어디서나 가능한 상업성을 입증했다는 의미"라며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우한에서 보여준 로보택시 실험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많다"고 짚었다.
우한(중국)=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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