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창원특수강이 우주항공·방산용 특수합금 소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술력과 품질 신뢰성이 핵심 경쟁력인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민간우주시대 개막을 기회로 삼아 생산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항공우주용 특수강 글로벌 '톱5 메이커'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채민석 세아창원특수강 기술연구소장은 20일 경남 창원 본사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에서 "항공우주용 특수합금 시장은 높은 진입장벽과 긴 납기, 소수 공급자 중심의 독점 구조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로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기업에도 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회사는 우주항공·방산용 특수합금 시장 진입을 위한 단계별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기술 확보와 품질 인증, 글로벌 공급망 진입을 핵심축으로 삼고 향후 3년 내 관련 사업 매출 비중을 1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아창원특수강은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 확대하며 초내열합금 등 핵심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R&D 투자액은 2022년 184억원에서 올해 326억원으로 77% 늘었다. 이 같은 투자로 이미 1650도에서도 금속의 강도와 내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초내열합금 기술을 확보해 우주항공기 엔진과 발전용 가스터빈 등에 적용할 준비를 마쳤다. 또 단결정 정밀주조용 모합금 제조 기술의 고도화를 병행해 차세대 엔진 소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설비 확충도 진행 중이다. 세아창원특수강은 우주항공용 열처리로와 비접촉 초음파 검사 설비(Immersion UT)를 새로 도입하고, 2200t 단조설비를 2027년까지 5000t급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타이타늄 생산설비 증설도 추진 중으로, 향후 3년간 창원공장과 미국 SST(세아슈퍼알로이테크놀로지)에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채 소장은 "생산 설비는 단순한 규모 확장이 아니라 공정 신뢰성을 높이는 투자인 만큼, 모든 설비를 글로벌 인증 요구 수준에 맞춰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품질과 신뢰 확보를 위한 국제 인증 취득도 이어지고 있다. 세아창원특수강은 2021년 항공 품질경영시스템(AS9100) 인증과 2023년 특수공정 인증인 나드캡(Nadcap·열처리·비파괴 분야)을 획득했다. 올해 8월에는 900도급 초내열합금 시제품을 고객사에 공급해 성능 평가를 마치고 현재 보잉의 인증 공급업체(QPL)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내년에는 프랫앤휘트니(P&W) 인증도 추진할 예정이다. 채 소장은 "내년까지 QMS 리셋을 마치고, 2028년 이내 주요 OEM과 엔진메이커 승인을 받는 것이 목표"라며 "우리 인증 체계를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려 국산 항공 소재의 신뢰도를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기술 측면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과 협력해 고난이도 니켈합금 및 타이타늄 합금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는 엔진용 초내열합금 '와스팔로이(Waspaloy)' 초도품 납품을 완료했으며, KAI와는 이스라엘 IAI G280 항공기 주익 스파(Wing Spar)용 알루미늄 단조품 국산화에 성공했다. 또 국내외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로켓엔진 노즐용 코발트·니켈 합금 ▲고강도 패스너용 718 합금 ▲추진체 방향타용 석출경화계 스테인리스 등 여러 항공·우주용 합금의 국산화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국내 기업이 협력하면 단기간에도 세계적 수준의 품질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며 "소재 국산화는 단순히 기술 확보를 넘어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주 발사체부터 엔진, 구조재까지 모든 영역에서 소재 자립도를 높이려면 연구개발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며 "공급망 불확실성 시대일수록 소재의 내재화가 국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도 본격화한다. 세아창원특수강은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주 템플(Temple)에 특수합금 생산법인 '세아 슈퍼알로이 테크놀로지스(SST)'를 착공했으며, 내년 6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SST는 항공용 모합금(Cast Stick)과 3D프린팅용 금속 파우더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연간 6000t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채 소장은 "SST는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세아의 기술과 미국 시장을 연결하는 교두보"라며 "북미 고객의 요구를 현지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세아창원특수강은 이번 투자를 통해 글로벌 특수합금 수요의 35~4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 주요 공급망에 진입하고, 현지 스크랩을 재활용해 원가 경쟁력과 탄소 절감 효과를 동시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SST는 세아그룹이 추진 중인 '현지화-고부가-저탄소' 3단계 글로벌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완제품 수출 중심이던 기존 사업 구조를 현지 조달·가공·공급 체계로 전환하는 역할을 맡는다. 회사는 SST를 통해 북미 항공·방산 고객사와의 직접 거래를 확대하고, 장기 공급계약 기반의 안정적 매출 구조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세아그룹 내 계열사와의 시너지 강화도 병행한다. 세아항공방산소재와 협업해 항공기 구조재·샤프트, 미사일 연소관 등 항공·방산용 고강도 합금 제품을 공동 개발 중이며, 항공기 제작사 인증을 다수 보유한 세아항공방산소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고객 기반을 확대할 예정이다. 채 소장은 "그룹 내 기술 협업이야말로 세아의 가장 큰 자산"이라며 "창원과 미국, 계열사와 연구소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일 때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아창원특수강은 특수합금 국산화를 통해 국내 우주항공·방산 부품 생태계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채 소장은 "특수합금 기술력과 품질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항공 소재의 국산화와 글로벌 시장 진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며 "민간우주시대에는 외국 규격을 따르기보다 우리 인증체계를 만들어 산업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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