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명예교수. 이 교수 홈페이지 캡처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명예교수가 최근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보유세 인상 논의에 대해 “재산세 강화는 부동산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유일한 해법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중과”라고 주장했다.
22일 이 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에서 “이재명 정부가 출범 전부터 ‘세금을 중과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부동산 투기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줬다”며 “결국 집값 폭등세가 이어지자 뒤늦게 진화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보유세를 강화한다면 종부세를 통해야지 재산세를 올리는 것은 정치적·사회적으로 위험한 도박”이라며 “재산세율을 미국 수준의 절반만 올려도 전국적 조세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재산세와 종부세의 차이를 짚으며 “2024년 기준 전체 주택보유자 1562만 명 중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약 46만 명(2.9%)에 불과하지만, 재산세는 대부분의 주택 소유자가 납부하는 광범위한 세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5억 원짜리 아파트의 재산세가 50만 원 더 오른다고 해서 주택 소유자가 매물을 내놓을 리 없다”며 “이런 식의 재산세 인상은 실질적인 투기 억제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주택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급등세로 반전됐다”며 “이는 보유세 완화 조치가 투기를 자극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초고가 1주택자에도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다주택자에게는 더욱 높은 세율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세금을 높인다고 해서 당장 매물이 나오진 않더라도, 잠재적 매수자의 심리를 억누르는 효과가 있다”며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완화하려면 고가 1주택과 다주택 모두를 겨냥한 종부세 중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재산세는 주택 단위로 부과돼 다주택자 중과가 불가능하지만, 종부세는 개인 단위로 부과되기 때문에 투기 목적의 다주택자에게 효과적으로 세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종부세 완화나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정치 문화 때문에 세제 일관성이 무너졌다”며 “문재인 정부 수준으로 종부세를 복원하고 그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만 있어도 집값 안정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문제의 핵심은 세율이 아니라 신뢰”라며 “다음 정권이 다시 종부세를 무력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남아 있는 한 투기 심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