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27일 공개된 미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3500억달러 대미 투자와 관련해 “투자 방식, 투자 금액, 시간표, 우리가 어떻게 손실을 공유하고 배당을 나눌지 이 모든 게 여전히 쟁점”이라고 말했다.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성과 이행 방안 등의 세부사항을 놓고 여전히 협상이 교착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24일 이뤄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블룸버그는 이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 타결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해석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언급과도 온도차가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기자들과의 약식회견에서 ‘이번 방문에서 한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타결(being finalized)에 매우 가깝다”며 “그들이 (타결할) 준비가 된다면, 나는 준비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미국은 물론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겠지만, 그것이 한국에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정도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대화가 계속되고 있으며 생각에 일부 차이가 있지만, (타결) 지연이 꼭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자 우방이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미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를 계기로 한·미 양국이 유사한 사태를 막기 위해 논의 중인 비자 체계 개선과 관련해선 “머지않은 미래에” 해법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보 현안에서는 한·미 양국 간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의 조선업 재건에 협력하는 한화오션의 미국 내 5개 자회사를 제재한 것에는 “중국이 압박을 가하는 방식이며, 향후 유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할 수 있는 신호일 수 있다”면서도 중국에 맞서는 것이 적절한 대응이 아니며 항상 대화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에서는 국내 부동산 관련 언급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과도한 부동산 투자로 인한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면서 한국이 30여년 전 부동산 버블 붕괴로 여전히 힘들어하는 일본과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이 추세가 계속되면 버블은 필연적으로 터질 것이며 그런 일이 일어나면 단지 경제적 위기가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