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에 따르면 산업재해의 약 80%는 ‘휴먼 에러(Human error)’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러나 사고의 원인을 작업자의 부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다. 작업자는 언제나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기 마련이다. 안전수칙과 작업계획을 따르려 해도 현실의 변수가 이를 가로막는다. 때로는 효율과 성과가 안전보다 앞세워지는 환경에 내몰리기도 한다. 잘못된 선택이 사고로 이어졌다고 해도 그것이 ‘사고의 절대적 원인’이라 할 수 없는 이유다.
김인성 호서대 안전행정공학과 교수 위험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 산업현장의 위험은 결코 정지돼 있지 않다. 오늘은 안전했지만, 내일은 위험 요인으로 변할 수 있다. 날씨, 기계 상태, 인력 배치 등 수많은 내·외부 요인이 시시각각 변한다. 이러한 이유로 매년 실시하는 위험성 평가만으로 위험을 통제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므로 현장에서 날마다 이루어지는 ‘툴박스 미팅(TBM)’ 같은 안전 점검이 반드시 작동돼야 한다. 사업주는 작업 전 개인 보호구 착용, 기계 점검은 물론이고 내·외부 환경의 변화가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히 반영해야 한다. 오늘 바람이 부는 경우 이는 환경적 변화 요인이다. 옥외 작업인 경우 바람이 위험으로 새롭게 다가온 것이다. 이러한 변화 요인에 학문적 의미를 둘 필요가 없으며 작업에 실제로 미치는 작동성에 중점을 두는 게 중요하다. 회사에서 정한 작업 안전수칙, 매뉴얼 등이 현장에서 계획대로 실행되기를 경영진은 바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모든 활동은 수행 과정에서 변동이 발생한다. 조직에서는 ‘계획대로 하기’와 ‘하던 대로 하기’가 일치하지 않는다. 무사고 경험이 쌓일수록 수행 격차는 커지고 관행은 굳어진다. 안전 규정은 형식으로 전락한다. 괴리를 방치하면 결국 기업의 안전 시스템은 무너진다. 기업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해야 한다. 현장의 실제 작업 방식과 안전 규정 사이의 차이를 끊임없이 점검하고 격차를 줄이는 활동이야말로 안전관리의 핵심이 돼야 한다.
산업재해는 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다. 위험을 살아 있는 생물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작업 수행상의 변동성을 줄이지 못한다면,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한다. 사고의 피해는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비용과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 결국 우리 모든 국민이 고통을 떠안는다.
사회적·국가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재해 근절을 위한 현장점검 중심의 ‘안전한 일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안전을 비용이 아닌 기본 책무로 받아들이는 기업의 올바른 인식도 중요하다.
사고의 비극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위험은 늘 곁에 있으며, 방심하는 순간 참사로 되돌아온다. ‘작업자가 조심했더라면’ 하는 안이한 반사실적 추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살아 움직이는 위험을 다스릴 수 있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안전관리, 그것이야말로 산업재해를 막는 유일한 길이다.
김인성 호서대 안전행정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