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각료회의 ‘AMM’ 이틀간 진행 1·2세션 디지털 협력·공급망 논의 정상 공동성명 문안 최종 조율 중 美 난색 속 ‘자유무역’ 넣을지 관심 각국 장관 양자·소다자 회동 활발 경제안보 협력 시대 국익 외교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31일∼11월1일)를 앞두고 회원국 외교·통상 장관들이 총집결해 ‘경주 선언’ 채택 등을 위한 막바지 일정에 들어갔다. 자유무역 관련해 미국과 중국의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 관건이다. 한·미·일은 정상회의 대신 외교장관회의를 갖고 3국 간 공조 의지를 재확인했다.
에이펙 외교·통상합동각료회의(AMM)는 29일 오후 만찬을 시작으로 30일 본회의까지 이틀간 일정으로 진행된다. 21개 회원 각료들은 전날까지 각국 고위 실무자들이 참석한 최종고위관리회의(CSOM) 결과를 바탕으로 장관급 논의를 통해 31일 시작되는 에이펙 정상회의 최종 점검을 한다.
30일 본회의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주재하는 1세션에서 디지털 협력을 통한 지역 도전 과제 대응을 논의하고,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의장을 맡는 2세션에서 신기술을 활용한 역내 공급망 강화 방안을 의논한다.
외교·통상 장관들은 에이펙 정상들이 만장일치로 합의하는 경주 선언 채택을 위해 문안 최종 조율 단계에 진입했다. 보호무역을 내세운 미국과 이에 수출 통제 등으로 응수한 중국의 입장차를 조율해 합의를 봐야 한다. 30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결과가 경주 선언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에이펙의 기본 정신인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내용을 충분히 담아내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의 입김을 무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 장관은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국과 나머지 나라들이 이견을 갖고 있는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장관급에서는 경주 선언과 별도로 AMM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30일 이를 포함한 AMM 회의 결과를 조 장관과 여 본부장이 발표할 예정이다. 통상·디지털·식량안보 등 14개 분야에서 올해 계속 이어온 장관급 회의 성과가 공동성명에 반영된다.
각국 외교·통상 장관들은 AMM 외에 양자, 소다자 회동을 활발히 벌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자유무역이 한층 더 퇴조하는 기조는 이해당사국 간 양자 관계, 새로운 경제안보 질서의 중요도를 한층 높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중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각국은 중립적인 입장보다는 국익 극대화를 위한 치밀한 설계와 관리 외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미·일은 29일 오후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하려 했으나 막판에 일정이 취소됐다. 이날 한·미 정상회담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등 빠듯한 일정 때문으로 분석된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미·일 정상 수행차 경주를 찾으면서 3국 외교장관은 지난달 말 미국 뉴욕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 이후 한 달 만에 재회할 예정이었다. 북·미 대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고,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을 놓고 역내 긴장감이 높아지는 속에서 3국 장관급이 모이는 것이라 주목도가 높았다. 지난달 회동 때 3국 외교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중국 관련 한·미·일의 의견 교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경주=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외교·통상 장관 집결… ‘경주 선언’ 막판 조율 [2025 경주 에이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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