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 2025)에 참가한 윤성현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방산진흥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 전시관을 둘러보면 국내에서는 K방산 열기가 뜨겁지만 아직도 국제 시장에서는 더 노력해야 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윤성현 본부장은 "특히 이번에 보면 유럽, 미국 방산 업체들의 영향력이 또 한번 느껴지게 된다"며 "이제 이 벽을 넘어가야 진정한 K방산이 세계에서 우뚝 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의 말을 듣고 돌아온 'MSPO 2025' 방산전시회에서 마련된 록히드 마틴, 보잉 등 미국 방산기업들 부스의 분위기는 국제 방산시장의 절대강자답게 여유가 넘쳤다.
이들은 전시 공간에 전시물을 최소화하고 빈 공간을 넓게 뒀다. 개별 상품보다는 혁신적인 회사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한국 방송사 카메라 기자가 한 미국 방산기업의 공개 부스 전경을 스케치하는 것도 사전 허가 없이는 안 된다고 막을 만큼 이들은 회사 이미지 관리에 공을 들였다. 이와 달리 국내 업체들은 부스마다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고 각종 전시물을 빼곡하게 채웠다.
아직은 상품 마케팅이 급한 한국 업체 입장에서는 우아하게 이미지 관리에 치중하는 미국, 유럽의 거대 방산기업들이 국내업체들에 `어쩔 수 없는 벽'으로 다가올 수 있다. K방산이 이 거대한 벽을 넘기 위해서는 담쟁이의 구절처럼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가야' 한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함께 이번 MSPO 2025에서 '통합한국관'을 운영하고, 국내 방산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것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손을 잡아야 이 벽을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산 대기업들뿐만 아니라 좋은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밸류체인에 들어갈 때 K방산이 완성될 수 있다는 취지다.
통합한국관에는 국내 10개 중소 방산기업이 참가해 전파교란기, 안티드론시스템 등 현지 수요가 높은 첨단 장비를 비롯한 방호, 전자전, 감시·정찰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경창산업, 디앤비, 비스타컴, 신안정보통신, 아리온통신, 엑스빔테크, 우성씨텍, 컨트로맥스, 콕스, 태경전자 등 10개사는 통합한국관에 자리를 잡았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통합한국관을 통해 우리 기업과 해외 바이어의 네트워킹 활동을 돕고,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번 MSPO 2025에서는 '통합한국관'을 개별 한국 기업 전시관 구역 중앙에 배치해 중소기업을 포함한 국내 기업 전시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기존 해외 방산 전시회에서 전시관 분산으로 홍보 효과가 반감된 측면을 개선해 통합한국관을 중심으로 우리 방산기업 전반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중소기업들은 해외 정보,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는 데 정부의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한국 방산 대기업들이 수출 대상국과 현지화 전략 차원에서 현지 생산, 기술 이전을 할 때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방산 대기업과 정부가 지원을 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한 방산 대기업 관계자도 "중소기업들이 만든 부품을 대기업이 체계종합 하는 경우가 많다. K방산이 유지·보수·정비(MRO), 종합군수지원(IPS) 등 방산 솔루션 서비스까지 수출 영역을 확대할 때 관련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함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현 본부장은 "K방산 자체가 조금 더 진화해야 할 여지가 많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합쳐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보잉 등 이름만 들어도 어마어마한 이 기업들을 우리가 이제 넘어가야 된다"고 말했다.
키엘체(폴란드)=국방부 공동취재단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