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방일 희망” 다카이치 “日서 곧 뵙길”…한일 정상회담 ‘화기애애’ [2025 경주 에이펙-연쇄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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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방일 희망” 다카이치 “日서 곧 뵙길”…한일 정상회담 ‘화기애애’ [2025 경주 에이펙-연쇄 정상회담]
경제·안보 공조 강화 공감대 “사회·민간 등 관계 다각 교류” 셔틀외교 재가동 의지 표명 다카이치에 K화장품·김 선물 李 “한·일 너무 가까운 사이라 가족처럼 정서적 상처 입기도”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첫 한·일 정상회담은 상호신뢰를 확인하고, 경제·안보 분야의 공조를 강화해나가는 데 공감대를 확인했다.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이뤄진 첫 상견례인 만큼 회담은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30일 한·일 정상회담 뒤 브리핑에서 “두 정상이 처음 대면하는 자리로 상호신뢰와 교감 그리고 동의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화기애애하게 관계를 진척시키는 첫 만남이었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면서 “두 분 사이에 서로 공감을 많이 표하셨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큰 틀의 이야기들을 나누었다”고 전했다.
웃으며 악수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장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이웃 국가이자 공통점이 많은 양국이 그 어느 때보다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과 한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화답했다. 경주=남정탁 기자 다카이치 총리는 비공개 회담에서 이 대통령에게 “한국과 일본이 안보, 경제, 사회 분야에서 폭넓은 관계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하고,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의 중요성에 공감한다”면서 “서로 의지하고 함께할 필요가 높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 가치와 질서 공유하는 만큼 경제·사회·안보·민간교류 통한 관계가 이뤄지길 바란다”고도 말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한국과 일본이 앞마당을 공유하는 너무 가까운 사이다 보니 가족처럼 정서적 상처를 입기도 한다”고 말하고, 다카이치 총리도 매우 공감을 표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강 대변인은 이날 회담에서 과거사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과거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면서 “다만 양국이 약간 워낙 가까운 사이다 보니 오히려 정서적인 문제가 훨씬 더 민감한 부분인 것 같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공감을 서로 양 정상이 표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문제와 과제가 있다면 문제는 문제대로 풀고 과제는 과제대로 해나가야 한다”라고 말하고, 두 정상 모두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경북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회담 모두발언에서 먼저 ‘셔틀외교’ 활용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셔틀외교 순서상 이제 한국이 일본을 방문할 차례라고 말하고, 수도 도쿄가 아닌 지방 도시에서 뵙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이 대통령을 곧 뵙기 바란다고 답했다.

이날 회담은 이 대통령의 농담으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가 자신의 꿈을 모두 실현했다’고 운을 띄우면서, 다카이치 총리의 취미로 알려진 드럼, 스킨스쿠버, 오토바이 등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의 취미를 차례로 열거하자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에게 한국 화장품과 김을 선물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김을 좋아하고 한국 화장품을 사용한다고 말한 것을 재치 있게 선물로 돌려준 셈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가마쿠라시에서 제작한 바둑알과 통을 이 대통령에게 선물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대통령과 회담한 직후 일본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현재 전략환경 아래에서 일·한, 일·미·한 관계를 확실히 연계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웃 나라이기 때문에 입장이 다른 여러 현안이 있지만, 이를 리더십으로 관리해 일·한 국교 정상화 이후 구축해 온 일·한 관계 기반에 기초해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관계를) 발전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국 정상이 정기적으로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외교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면서 “다음에는 (이 대통령을) 일본에서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한 정부가 의사소통을 추진해 갈 것”이라며 “정말 즐겁고 유의미한 회담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분으로 예정됐던 회담 시간이 45분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한국을 찾은 것은 이달 21일 취임 이후 처음이다. 그는 내달 1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일정 등에 참석한다.

경주=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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