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장 당선으로 ‘돌풍’을 완성한 미국의 30대 진보 정치 신인 조란 맘다니 당선인이 선거 승리 하루 만에 간부 전원을 여성으로 구성한 인수위원회를 선보이며 미 정치권에 또 한번의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특히, 거대 기업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규제의 칼날을 겨눠 ‘저승사자’로 불린 리나 칸 전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을 발탁하면서 앞으로 월스트리트와의 ‘불편한 관계’를 예고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맘다니 당선인은 이날 뉴욕 퀸스 코로나파크의 대형 지구본 조형물 ‘유니스피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운동의 시(詩)는 어젯밤 9시에 막을 내렸을지 모르지만, 통치의 아름다운 산문은 이제 막 시작했다”면서 “뉴요커들의 삶을 개선하는 어려운 작업을 이제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선거 경쟁자였던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의 아버지 마리오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가 말한 “선거 운동은 시로, 통치는 산문으로 한다”라는 명언을 인용한 것이다. 그러면서 “생활비 부담 위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고, 이 도시에서 내몰린 뉴요커들을 위한 일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시정 운영 방향을 밝혔다.
인류 통합 상징 앞에서 미국 지방선거에서 뉴욕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왼쪽 네번째)가 5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수위원회 간부들과 함께 인류통합의 상징인 플러싱 메도스 코로나 공원 지구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이어 간부 5명 전원을 여성으로 구성한 인수위를 소개했다. 당선인이 행정 경험이 없는 점을 고려해 시청, 연방정부 등 전직 공무원들로 채웠다. 이민자 출신 유색인종이자 무슬림으로 미국 사회 다양성의 여러 핵심요소를 대표하는 맘다니 당선인이 여성 중심 인수위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배격해온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의 지속적 추진을 선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칸 전 위원장의 인수위 공동의장 영입은 특히 더 주목받는 요소다. 칸 전 위원장은 재임 기간 빅테크 독과점 문제를 비판하며 여러 규제에 나서 미 경제계에서 ‘저승사자’로 불려온 인물이다. 그는 빅테크 외에도 뉴욕 월가 거대 금융기관들을 저격해 ‘월가의 적’으로까지 불려왔다. 맘다니 당선인이 선거 레이스 동안 자신과 지속적으로 대립해온 월가에 ‘정책 후퇴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그는 부유층 소득세율 대폭 인상과 기업세 인상 등 뉴욕의 대기업이 반발하는 정책을 공약에 포함했고, 월가 등은 이에 반발하며 경쟁자인 쿠오모 후보를 대거 지원해왔다.
다만, 맘다니 당선인은 이날 진보 정책과 반유대주의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을 비롯해 월가 지도층과 소통하고, 뉴욕 유대인들에게 다가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맘다니 당선인이 뉴욕시장 당선 이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의 큰 주목을 받자 트럼프 대통령이 견제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메리카비즈니스포럼에서 “민주당은 이 나라 최대 도시의 시장에 공산주의자를 앉혔다”며 “내가 수년간 경고했듯이 우리의 적들은 미국을 공산주의 쿠바, 사회주의 베네수엘라로 만들기로 작정했다”고 이념 공세를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공산주의와 상식 사이에 선택해야 한다”면서 “내가 백악관에 있는 한 미국은 어떤 방식, 모양, 유형으로든 공산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에게 매우 친절해야 한다. 그에게 가는 많은 것들을 승인하는 사람이 나이기 때문”이라며 “워싱턴을 존중하지 않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경고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