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신체 중 가장 극적인 부위가 있다면 단연 ‘목’일 것이다. 머리와 몸을 잇는 이 짧은 관문은 생명과 죽음, 미적 표현이 극적으로 교차하는 무대다. 미국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1877∼1927)의 길고 아름다운 목은 표현력 넘치는 몸짓을 만드는 원천이었지만, 동시에 비극적인 죽음의 원인이기도 했다. 긴 스카프를 늘어뜨린 채 차에 오른 덩컨은 스카프가 뒷바퀴에 감기며 목이 부러졌다.
“신체에서 1%도 차지하지 않는 작은 부위, 목에는 인간의 생명력과 취약성이 집중된다. ” 미국 코네티컷주 트리니티 칼리지 생물학 교수인 켄트 던랩은 말한다. 어깨에 뿌리를 두고 머리를 떠받치지만 신체에서 가장 취약한 부위, 그것이 목이다.
켄트 던랩/이은정 옮김/시공사/2만2000원 던랩은 이 모순적인 신체를 해부학·고생물학·인류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르며 탐구한다. 인간의 어류 조상들의 척추는 머리를 수평으로 지탱했지만, 진화 과정에서 인간의 머리는 꼿꼿이 선 척추라는 받침대에서 균형을 잡도록 진화했고 그 덕에 인간은 먼 곳을 바라보는 시야를 얻었다. 인간의 목뼈(경추)는 상하·좌우·회전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정교하게 작동하지만, 설계상의 결함도 지닌다. 기도가 식도 앞쪽에 놓여 교차하는 구조 탓에 사소한 실수로도 질식할 수 있다. 목은 늘 긴장의 한계선 위에 선 신체 부위다. 던랩은 ‘목을 두르는 것’의 문화적 상징에도 주목한다. 왕족의 크라바트(cravat·넥타이처럼 목에 두르는 남성용 스카프)와 에르메스 스카프, 산업사회의 블루·화이트칼라라는 용어, 스티브 잡스의 검은 터틀넥까지 목은 시대마다 신분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주무대였다. 16∼17세기 초 유럽 귀족이 착용하던 목둘레 주름, 러프(ruff) 칼라는 귀족이나 성직자, 부유층의 초상화에서 보듯 머리를 몸 위로 띄운 듯한 인상을 주며, 신의 특권을 시각화했다.
그러나 그 머리는 언제든 잘릴 수도 있다. 1789년, 프랑스 외과의 출신 제헌의회 의원 조제프이냐스 기요탱은 “모든 범죄자는 참수형으로 평등하게 죽어야 한다”는 법안을 제안했다. 그의 성(姓)은 지금도 단두 기계에 결박된 채 기억되고 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