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발 발등으로
갈라진 왼발 발꿈치를 문지르며
견딜 만하지?
하고 물어본다
새벽 세 시
비가 눈으로 바뀌는 어느 캄캄한 허공
얼면서 아득하게 흩어지는
눈발의 반짝이는 몸을 생각하다
쓸쓸한 왼손으로
오른손 손가락을 가만히 감싸며
괜찮지?
하고 물어본다
새벽 세 시와 함께 고요가 왔다. 찬바람이 새어들까 창문을 꼭꼭 닫아 두었더니, 고요는 더욱 부풀었다. 자정 무렵까지 주택가 골목을 부지런히 달리던 배달 오토바이 소리도 어느샌가 들리지 않았다. 옆집 윗집에서 잇따라 나던 물소리도 잦아들었다. 불규칙한 키보드 소리만 울렸다. 내 왼손과 오른손이 번갈아 내는 소리. 어떤 말을 머뭇거리듯 연신 삐걱대는 소리. 어쩌면 속으로 “견딜 만하지?” “괜찮지?” 같은 말을 연습했는지도 모른다. 고요 속에서, 쓸쓸함 속에서 나를 다독이는 것은 결국 나일 수밖에 없겠다. 오른발 발등이 왼발 발꿈치를, 시린 왼손이 오른손을 감싸고 문지르는 것으로 건너야 하는 시간. 새벽 세 시의 “캄캄한 허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곧 찾아들 겨울을 생각한다. 고요 속에 한껏 쌓일 눈을 생각한다. 눈의 몸을 생각한다. 눈의 손과 발. 눈의 얼굴. 눈의 표정과 눈빛. 조그마한 생각들 뒤로 새벽의 고요는 잠시 물러난다.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