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이 이어지며 지난 6월 말 국내 전업카드사 8곳의 연체율이 분기 기준으로 10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8% 감소했다.

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여신전문금융회사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삼성·신한·현대·KB국민·우리·하나·롯데·BC카드)의 상반기 말(6월 말) 기준 연체율은 1.76%다. 분기 기준 2014년 3분기 말(9월 말) 1.83% 이후 10년9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연말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말(1.65%)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0.1%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이는 카드사 재무 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졌다는 의미다. 여기서 연체율은 카드 대금, 할부금, 리볼빙,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신용대출 등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을 말한다.
부실채권 비중도 커졌다. 카드사의 상반기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30%로 지난해 말(1.16%) 0.14%포인트 올랐다. 2022년 말(0.85%), 2023년 말(1.14%), 지난해 말(1.16%), 상반기 말 1.30%로 상승했다.
금융기관 자산 건전성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5단계로 분류한다.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분류된 여신 합계액을 총여신으로 나눈 비율이 고정이하여신비율이다. 비율이 높을수록 부실채권 비중이 크다는 뜻이다.
카드사들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06.3%로 전년 동기(108.1%)보다 1.8%포인트 하락했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흡수할 능력이 좋다는 뜻이다.
자본적정성 지표는 양호했다. 조정자기자본비율은 20.7%로 모든 카드사가 경영지도비율(8%)을 웃돌았다. 레버리지배율은 5.2배로 2023년 말(5.4배)보다 낮아졌고, 지난해 말(5.2배)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며 규제한도(8배)를 밑돌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상반기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년 말 대비 상승했으나, 대손충당금 적립률과 조정자기자본비율은 규제비율을 상회하는 등 손실흡수능력은 대체로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의 수익성도 좋지 않았다. 8개 전업카드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225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8.3%(2739억원) 줄었다.
총수익 증가액이 총비용 증가액보다 적었다. 총수익은 14조33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3311억원) 증가했다. 카드대출 수익(2686억원), 할부카드수수료 수익(714억원)은 늘었으나 가맹점수수료 수익(2911억원)은 감소했다.
총비용은 13조11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6049억원) 늘었다. 대손비용(2643억원), 이자비용(1013억원) 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반기 카드사 순이익이 감소하는 데 가맹점수수료 감소, 대손비용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8개 전업카드사와 11개 겸영은행의 카드대출 이용액은 소폭 감소했다. 상반기 카드대출 이용액은 51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51조8000억원)보다 0.6% 감소했다.
'서민 급전창구'로 불리는 카드론 이용금액은 23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000억원) 감소했다.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이용금액은 28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수준을 유지했다.
할부금융사, 리스사, 신기술금융사 등 카드사를 제외한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782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564억원)보다 14.5%(2264억원) 증가했다. 연체율은 2.43%로 지난해 말(2.10%) 대비 0.33%포인트 상승했다. 2023년 말(1.88%)과 비교하면 0.55%포인트 올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99%로 지난해 말(2.86%) 대비 0.13%포인트 상승했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29.1%로 지난해 말(133.5%)보다 4.4%포인트 하락했다.
조정자기자본비율은 19.1%로 지난해 말(18.6%)보다 0.5%포인트 올랐다. 비카드사 모두 경영지도비율(7%)을 웃돌았다. 레버리지배율은 5.6배로 지난해 말(5.5배)보다 0.1배 올랐으나 규제한도(8배)보다는 낮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반기 여신전문금융회사 건전성 악화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자산 건전성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부실채권 감축과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높이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