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선아 교수 아이가 갑자기 숨을 헐떡이며 몸을 바들바들 떨 때, 부모는 극도의 공포와 당황 속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멈칫하게 된다. 이런 증상은 ‘뇌전증(간질)’의 첫 신호일 수 있다.
뇌전증은 뇌신경 세포의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로 인해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흔히 뇌손상이나 뇌병변 장애 아동에게만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상적인 인지 발달을 보이는 아이에게도 생길 수 있다.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선아 교수는 “아이에게 발작 증상이 나타나면 무엇보다 원인을 정확히 찾고, 반복되지 않도록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아 뇌전증의 주된 증상은 발작이다. 영아기에는 몸통과 팔다리를 반복적으로 굽히는 연축 형태로 나타나며, 소아·청소년기에는 의식을 잃거나 멍해지는 ‘소발작’이 발생하기도 한다.
다행히 전체 뇌전증 환자의 약 70%는 항경련제 약물 치료로 발작을 조절할 수 있다. 다만, 어지럼증이나 졸림, 두통, 무기력감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면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 약제를 조정해야 한다. 최 교수는 “약을 빠뜨리지 않고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최근에는 다양한 기전의 항경련제가 개발돼 부작용은 줄이면서 효과적으로 발작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아이의 일상생활을 과도하게 제한할 필요는 없다. 최 교수는 “운동이나 단체생활을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나 기관에 질환을 미리 알리고 발작 시 대처 방안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뇌전증은 ‘관리 가능한 질환’이다.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 그리고 주변의 올바른 이해가 아이의 안전한 성장을 돕는 첫걸음이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