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에 밀려… 텅 빈 원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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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에 밀려… 텅 빈 원도심
충북 도농복합도시 현주소 “새 집 입주… 집 안 팔려 두고 떠나” 고령화·가족 해체로 빈집 급증 충주시·음성군 4년 새 2배 늘어 도·농, 법령·부서 달라 관리 혼선 장기 방치 땐 지역 쇠퇴 가속화
“새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빈집이 생겨요.” 지난 4월 충북 충주시 문화동 한 빈집 담장이 무너져 안전선 밖 인도를 덮치고 있다. 충주시 제공 충북 음성군 대소면의 신축 아파트로 이사한 심모(42)씨는 이사하면서 기존 주택에 고민이 많았다. 그는 “최근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집이 안 팔려 그냥 두고 이사한 경우가 많다”며 “지인 중에는 기존 집을 빈집으로 두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충주시 문화동 송모(67)씨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충주로 이사하면서 고향 집을 20년째 비워 두고 있다”며 “시골이라 팔리지도 않고 나이 들수록 관리도 힘들다”고 말했다.

도농복합도시들도 원도심과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빈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와 가족 해체, 인근 신도시 개발에 따른 인구 이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11일 음성군에 따르면 2021년 58동이던 빈집은 지난 9월 111동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 음성읍은 10동에서 45동으로, 금왕읍은 13동에서 30동으로 급증했지만 맹동면은 14동에서 10동으로 증가 폭이 크지 않다. 같은 기간 인구는 음성읍 1만6669명에서 1만5829명으로 5.0%(840명), 금왕읍 1만9556명에서 1만8613명으로 4.8%(943명) 감소했다. 맹동면(1만3094명에서 1만3064명)은 인구 변화가 거의 없다. 맹동면은 충북혁신도시와 옛 면소재지가 혼재해 있다.

충주시의 경우 2020년 200여동이던 빈집이 지난해 485동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도시지역(23%)보다 농촌 지역(77%)의 비중이 높다. 충주의 세부 지역 인구 변화를 보면 옛 시청이 있던 문화동이 2021년 9388명에서 지난 9월 8550명으로 8.9%(838명) 감소했다. 옛 최대 상업지역인 성내동은 같은 기간 432명에서 373명으로 13.6%(59명) 줄었다. 반면 최근 택지지구가 조성된 호암동은 1만9603명에서 2만1635명으로 10.3%(2032명) 증가했다. 지난해 충주시 빈집은 문화동 30동, 성내충인동 15동, 연수동 5동, 호암동 0동이다.
도농복합도시에서는 도시와 농촌 빈집이 서로 다른 법령과 부서에서 관리되면서 행정 혼선도 발생하고 있다. 현재 빈집 관리는 ‘농어촌정비법’과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다. 읍·면지역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맡고 동지역은 국토교통부 소관인 셈이다.

충북지역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농촌 읍·면지역과 도시 동지역으로 나뉘어 중앙부처와 지자체 등의 관리 부서가 다른 탓에 현장에서는 같은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처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법령 일원화로 통합적 빈집 관리를 통해 예산과 행정 효율성을 극대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농촌 빈집을 장기적으로 방치할 때 지역 쇠퇴를 가속화하고 생태공동체 붕괴 위험성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선덕 충북연구원 지역공간연구부 연구위원은 “도농복합도시 원도심 빈집 증가는 고령화가 주요 원인”이라며 “신규 개발지 공급 물량과 원도심의 균형점을 찾지 못하는 (도시)계획은 또 하나의 원도심 빈집 발생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충주=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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