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세 철학자 “장수 비결은 독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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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세 철학자 “장수 비결은 독서·일”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신간 내 “사랑은 감정 아닌 인간의 의무” 세계 최고령 저자로 기네스 등재
“사람이 언제 늙는고 하니 이제 ‘늙었다!’ 생각하면 늙게 됩니다. 하지만 정신이 늙지 않으면 계속 성장합니다. 100세 넘은 제 친구를 보니 꾸준히 모두 독서하고 여전히 일하는 사람이 오래 삽니다. 저처럼 오래 살려면 이 두 가지는 꼭 실천하세요.”

올해 106세로 우리나라 최고령 철학자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12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신간 ‘김형석, 백 년의 유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정정한 목소리로 ‘독서’와 ‘일’이 장수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12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신간 ‘김형석, 백 년의 유산’ 출간 소감과 삶의 지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가 이번에 낸 책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라는 물음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한 세기를 넘게 살아낸 국내 최고 지성의 인생에 관한 오랜 사유를 담고 있다. 김 교수는 책에서 철학과 종교, 죽음과 삶, 사회와 공동체를 하나의 사유로 엮어내며 이 시대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의 품격’을 되찾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김 교수는 “‘사랑과 양심, 자유와 감사’는 내가 평생 붙들어온 단어들”이라며, 이 단어들이 낡은 덕목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 남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사랑과 양심이라는 단어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시대”를 살아가지만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세상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물음의 정답은 오직 ‘사랑’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인간의 의무이며, 양심은 그 사랑을 지속시키는 힘”이라고 했다.

이번 책에서는 특히 젊은층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많이 담았다.

그는 “젊을 때는 세상을 배우려 했지만, 나이가 드니 사람을 배우는 게 철학”이라며 “철학은 결국 인간학이다.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배워도 소용이 없다”며 우리가 어떻게 살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것을 강조했다. “인간이란 원래부터 완성을 찾아 미완성에 머무는 존재로, 늘 감사한 마음을 잃지 말고 끝까지 인간다움과 선을 지키도록 힘써야 한다”고 당부도 했다.

정치권에는 이례적으로 쓴소리도 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이하게도 정치가 관여하지 않은 분야는 잘된다. 스포츠·음악·영화 분야는 세계적인 반열에 올랐다. 경제(기업)는 정치의 관여를 받지만 선방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정치권이 문제다. 정치인들이 각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20년생인 김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기네스 공식 인증 ‘세계 최고령 저자’로 선정됐다며 ‘기네스북 등재 증서’ 실물을 공개했다. 그는 “앞으로 적어도 두 권 정도 쓸 예정이니 세계 최고령 저자 타이틀은 당분간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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