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정식 모습 대한암협회(회장 이민혁)가 소방의날을 맞아 전·현직 소방공무원 암 환자 119명에게 총 3억 3000만 원 규모의 치료비를 전달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지원은 유한재단과 함께 진행 중인 ‘암중모색 시즌2’ 캠페인의 일환으로, 현장에서 국민 생명을 지켜온 소방관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소방공무원은 화재 진압과 구조·구급 과정에서 다환방향족탄화수소, 석면, 벤젠 등 각종 발암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이 때문에 일반 직군보다 암 발병률과 사망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2022년 소방공무원의 직업적 노출을 ‘인간에게 발암성이 있는 1군(Group 1)’ 요인으로 공식 분류한 바 있다.
2023년 개정된 ‘공무원재해보상법’에 공상 추정제가 도입되며 관련 제도가 보완됐지만, 여전히 암을 공상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암은 발병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직업적 노출을 명확히 입증하기 어려워 지원 사각지대가 남아있다는 지적이 크다.
대한암협회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공상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 도움이 필요한 암 환자를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협회는 지난 9월 30일 소방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공동 협력 체계를 구축했으며, 이번 사업은 소방청이 대상자를 발굴하고 협회가 유한재단 후원금으로 치료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 204명이 신청했고 심사를 거쳐 폐암, 신세포암, 림프종 등 중증·희귀암 환자 119명이 최종 선정됐다. 치료비는 소방의날인 지난 11월 9일에 전달됐다.
치료비를 받은 김 모 소방경은 “완치까지 갈 길이 멀지만 건강을 회복해 남은 공직 기간 동안 더 많은 국민에게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며 “정년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조인담 소방청 계장은 “화재 현장은 발암물질이 다량 발생해 수년 뒤 암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지만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지원은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대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혁 대한암협회 회장은 “수술 후 복귀했지만 호흡 시 통증 때문에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해 우울했다는 사례가 특히 마음이 아팠다”며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병을 얻은 분들을 돕는 일은 국가와 기업의 마땅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앞으로도 ‘암중모색’ 캠페인을 중심으로 국가 헌신자 지원을 확대하고 암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정서적 부담을 덜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