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올해 3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사상 최고치 경신 랠리에 재시동을 걸었다. 특히 인공지능(AI)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3% 늘어나며 성장세를 견인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브로드컴의 지난 3분기(5~7월) 매출은 159억6000만달러(22조248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주당 순이익(EPS) 역시 1.69달러를 기록하며 런던거래소그룹(LSEG)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158억3000만달러, 1.65달러)를 모두 상회했다. 순이익은 41억4000만달러(약 6조원)로 지난해 지적 재산권을 미국으로 이전하면서 냈던 적자(18억8000만달러 순손실)를 모두 메꿨다.
특히 AI 관련 매출(52억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63% 급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이는 회사가 제시했던 전망치(51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브로드컴은 4분기 AI 매출이 6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반도체 솔루션 매출은 57% 늘어난 91억7000만달러, 인프라 소프트웨어 매출이 43% 증가한 67억9000만달러를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호실적에 시장은 환호했다. 이날 1%대 상승으로 306.10달러에 강보합 마감한 브로드컴은 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에서 4% 넘게 올랐다. 올해 들어선 32% 뛰며 시가총액이 1조4000억달러를 넘어섰다. CNBC는 "투자자들은 브로드컴의 맞춤형 프로세서가 향후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지배적인 시장 점유율을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며 주가 상승의 배경을 설명했다.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매출 성장이 맞춤형 AI 칩, 네트워킹 부품, VM웨어를 포함한 인프라 소프트웨어 덕분이라며 고객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지속됨에 따라 11분기 연속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브로드컴은 다음 분기 매출도 174억달러(약 2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월가 예상치 170억2000만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신규 고객사 수주 소식도 전했다. 탄 CEO는 "4번째 고객사로부터 100억달러 규모의 맞춤형 AI 칩(XPU)을 수주했다"며 "2026년부터 폭발적인 출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탄 CEO는 지난 3월 3곳의 대형 클라우드 고객사와 함께 새로운 AI 칩을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AI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는 "브로드컴의 탄 CEO는 AI 데이터 센터의 핵심인 고가의 그래픽 칩 간의 정보 전송을 개선하기 위해 자사의 네트워킹 장비를 업그레이드해 왔다"며 "그의 최근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브로드컴은 AI 작업에 특화된 맞춤형 칩을 원하는 고객을 찾는 데에도 진전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최근 엔비디아가 부진한 실적 전망을 하고, 경쟁사인 마벨 테크놀로지가 데이터센터 매출 부진에 주가가 19% 폭락하는 등 AI 거품론이 대두되면서 브로드컴의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도 시장이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마켓워치는 "탄 CEO가 2030년까지 CEO 자리를 유지한다는 희소식도 있었지만, 브로드컴이 내년 AI 매출 60% 성장을 예측한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험난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