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진 경기 성남시장이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를 두고 연일 강공에 나서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항소를 포기했던 책임자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겠다고 밝힌 신 시장은 국민의힘 대장동 현장 간담회를 주도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대장동 이슈’의 불씨를 다시 살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민의힘 당사. 연합뉴스 14일 국민의힘과 성남시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을 찾아 현장 간담회를 갖는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신 시장과 이희석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견을 공유한다. 이어 대장지구 종합사회복지관 등 건설 현장을 찾아 대장동 개발사업의 설계·수익·환수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할 예정이다.
장 대표 등 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대장동 비리 의혹을 부각하면서 항소 포기로 7800억원 규모의 대장동 개발 수익을 환수하지 못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 시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에선 “(성남시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등 항소 포기에 책임이 있는 자들을 공수처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상진 성남시장. 성남시 제공 그는 “대장동 김만배 일당의 7886억원 분양 수익과 토지 수익에 대해 검찰은 시민의 이익을 보호하기는커녕 항소를 포기해 시민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차단했다”며 “고발을 통해 잘못한 것에 대한 법적 책임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항소 포기는 (범죄수익 환수를) 473억원으로 끝내고 나머지는 범죄자들이 가지라는 사법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항소 포기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시장에 따르면 성남시는 현재 법적 대리인들과 법리 검토를 진행하면서 고발장을 작성하고 있다.
신 시장은 보수 정당의 4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성남 중원구에서 17∼20대 의원을 지낸 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시장에 당선됐다.
1984년 상대원공단에 취업하면서 성남에 왔고, 서울대 의과대를 졸업한 뒤에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과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무료 진료를 시작했다. 이후 변호사로 개업해 활동하던 이재명 대통령과 시민운동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색이 강한 성남 원도심에서 정치적으로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장동혁 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대한의사협회에서 간부로 일하며 2000년 정부의 의약분업 반대 투쟁에 나섰던 신 시장은 ‘업무방해’ 혐의로 도피생활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지검 검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법적 도움을 준 변호사는 이 대통령으로 전해진다. 신 시장은 이 사건을 기점으로 보수성향 정치인으로 거듭났고, 이 대통령과 극명한 노선 차이를 드러냈다. 한때 서로 형·동생으로 부를 만큼 친밀한 관계를 과시했지만, 신 시장이 보수진영으로 넘어오면서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다. 이 대통령이 과거 성남시장 선거에 도전한 뒤 두 사람의 관계가 더 악화한 것으로 회자된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